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년래 최저치로 밀린 원화 약세가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외환시장 트레이더들 사이에 원화 하락 베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전하고,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할 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데다 1분기 성장률 부진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원화에 하락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연초 이후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지만 원화에 버팀목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각) 로이터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하락 포지션이 최근 2주에 걸쳐 봇물을 이뤘고, 파운드화와 그 밖에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원화 약세를 겨냥한 베팅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1분기 GDP 성장률 발표 전 이미 11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원화 숏 포지션은 지표가 공개된 이후 더욱 늘어났다.
이와 별도로 블룸버그는 1분기 성장률에 대한 실망감이 원화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월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를 기록,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예상 밖 후퇴를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지표 악화에 트레이더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고, 이는 원화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1163원까지 상승, 원화 가치가 2017년 3월 이후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원화는 이미 올들어 달러화 대비 약 4% 급락,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월가는 여전히 비관적이다.
ING의 롭 카넬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성장률과 함께 저조한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한국은행이 통화완화 카드를 꺼내 들 여지가 높아졌다”며 원화 추가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매월 지속, 원화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하락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 전반에 걸친 약세 전망과 달러화 상승 모멘텀도 원화 하락 전망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해 트레이더들이 일제히 순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둔화에 내달 금리인하가 점쳐지는 호주 달러화 역시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강달러의 영속성에 회의적인 트레이더들이 ‘숏’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특히 유럽과 일본 대비 미 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면서 달러화 숏 거래의 비용 부담이 높아졌고, 이는 달러화에 탄력을 제공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