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결정 후 공동인수설 불거져
금호석화 "인수전 참여 의사 없어...대기업 인수 희망"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그의 추후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이며,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11.98% 보유한 2대 주주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금호석유화학] |
1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이후 박찬구 회장이 급속도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박삼구 전 회장이 동생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부탁했다는 얘기가 돌았고, 박 회장이 유력 인수 후보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공동인수설'도 불거졌다.
이에 금호석유화학 측은 "인수전 참여 의사가 없다"며 적극적으로 부인에 나섰다. 금호석화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도, 계획하고 있지도 않다"며 "자금력 있는 건실한 대기업이 인수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금호석화가 발 빠르게 대응하며 일단 공동인수설은 잠잠해진 상태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고민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금호가의 일원이자 아시아나항공 2대 주주로서 매각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일정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단 명분은 나쁘지 않다. 박 회장은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아들로서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회장의 형인 고 박성용·박정구 회장이 물심양면으로 키워온 회사기도 하다.
물론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그룹에 집중하는 것이 창업주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공식 입장을 통해 밝힌 건 경영권 확보 등 적극적인 의미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일 뿐, 향후 지분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선 뚜렷하게 드러난 바가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수후보로 여러 대기업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쨌든 가장 명분이 있는 건 박찬구 회장 아니겠느냐"며 "금호석화가 단독으로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건 어렵더라도 공동인수 가능성은 아직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대 주주로서도 보유 지분 가치 극대화를 위해 활용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달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회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을 때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박 회장은 "(2대 주주로서) 앞으로 항공이 어떻게 갈 지 지켜보고 있다"고도 했다.
금융당국도 박삼구 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아닌 이상 금호석화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가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금호석화의 인수전에 참가 가능성에 대해 "지금 단계에선 어디는 되고 또 어디는 안 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해당 문제는 회사와 채권단이 긴밀히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과 협력, 우회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의혹에 대해선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삼구 회장에 대한 의구심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된다"며 "박삼구 회장의 진정성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