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2위 석유업체 셰브런이 애너다코 정유를 인수한다.
주식과 현금 거래로 이뤄지는 인수 가격은 330억달러, 셰브런이 떠안기로 한 애너다코의 부채까지 감안할 때 500억달러에 이르는 메가톤급 딜이다.
셰일유 생산 시설 [사진=블룸버그] |
셰브런의 애너다코 정유 인수는 셰일에 대한 메이저들의 공격적인 입질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12일(현지시각) 셰브런은 애너다코 정유와 인수 합의를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총 500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연간 20억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다는 복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14년 국제 유가 폭락과 함께 업계의 자산 가치가 곤두박질 치면서 마비 증세를 보였던 인수합병(M&A)의 ‘컴백’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원유 공급 물량이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며 국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 상황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과 업계 전문가들은 셰브런이 애너다코 정유 인수를 통해 텍사스와 뉴 멕시코를 중심으로 셰일 오일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프리스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셰브런의 애너다코 인수는 셰일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미국 석유 메이저들은 셰일 비즈니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이번 애너다코 정유 인수에 셰브런 이외에 옥시덴탈 정유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텍사스 지역에 셰일 유전을 확보한 옥시덴탈은 관련 사업 확장을 위해 애너다코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지만 셰브런에 밀렸다.
미국 최대 석유 업체인 엑손 모빌이 향후 5년간 셰일 공급 전망치를 60% 높이는 등 그 밖에 석유 메이저들도 셰일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공룡 석유 업체들이 급속하게 ‘공룡 셰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르미안의 하루 약 40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교할 때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3위에 오른 가운데 미 셰일 업계의 외형 성장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가의 자금줄에 의존하던 셰일 업계에 석유 메이저들이 진출, 생산을 늘리는 한편 비용을 축소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셰일이 주요 업체들 사이에 황금알로 부상한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엑손 모빌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35달러까지 급락하더라도 10%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OPEC 회원국이 유가 100달러 시대에 이뤄냈던 수익성을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