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원유 풋옵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올해 유가 하락을 예측, 일제히 풋옵션을 통한 리스크 헤지에 공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올들어 상승 흐름을 타고 있지만 주요국 실물경기가 꺾이면서 원유 수요가 위축될 여지가 높은 데다 미국 셰일 업계의 공급 증가에 따른 유가 하락 리스크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각)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국제 유가 하락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원유 풋옵션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6월과 8월, 9월 인도분 브렌트유 배럴당 60달러짜리 풋옵션 거래 규모가 지난 11일에만 1600만배럴에 달했다.
옵션은 특정 기초자산을 미리 정해진 시점에 지정된 가격에 인수하거나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며, 풋옵션 거래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만기 시점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질 때 선택하는 전략이다.
석유 업계가 배럴당 60달러짜리 풋옵션을 적극 사들이는 것은 계약에 명시된 인도 시점인 6월과 8월, 9월 브렌트유 가격이 이보다 아래로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 주간 관련 풋옵션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옵션 거래의 급증과 함께 내재 변동성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는 움직임이다.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1% 이내로 완만하게 상승하며 배럴당 67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장 초반 1% 선에서 랠리하며 배럴당 58달러 선에 근접했다. 유가가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셈.
국제 유가는 연초 전반적인 위험자산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진전에 따른 상승 모멘텀을 얻었다. 여기에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도 유가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석유 업계 및 원유시장 딜러들의 움직임은 최근 시장 상황과 엇갈리는 양상이다. 유가가 내림세로 꺾일 가능성에 적극 대비하고 나선 것.
특히 업계는 브라질 석유 업체인 페트로바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업체는 올해 2월과 3월 브렌트유를 배럴당 평균 65달러에 인도하는 조건의 풋옵션 거래를 1억2800만배럴 규모로 체결했고, 이를 필두로 메이저들이 같은 행보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멕시코의 석유업계가 올해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타격을 헤지하기 위해 체결한 옵션 거래 규모는 12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주말 페트로바스 측은 유가 하락 리스크를 겨냥한 풋옵션 거래를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업체의 로베르토 카스텔로 브랑코 최고경영자는 “글로벌 경제가 성장을 회복할 여지가 낮다”며 “실물경기 한파로 인해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한편 유가가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