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리비아의 내전이 격화되면서 원유시장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면서 월가 트레이더들이 유가 상승에 적극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리비아 벵가지에서 서부 수도 트리폴리로 향하는 리비아국민군(LNA) 군사들 2019.04.07.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근월물 가격이 원월물 가격을 뚫고 오르는 백워데이션이 연출되는 등 리비아 사태로 인한 원유시장의 혼란이 점차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가 장중 1%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64.12달러까지 올랐다.
지난주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은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역시 이날 완만하게 추가 상승하며 고점을 높였다.
앞서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애널리스트는 브렌트유와 WTI가 각각 70달러와 60달러 선을 회복할 경우 트레이더들의 상승 베팅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을 겨냥한 ‘사자’와 함께 최근 리비아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승 탄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리비아의 원유 공급 물량은 하루 110만배럴로 파악됐다. 내전이 격화된 지역이 유전과 송유관이 집중된 곳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몇 주간 리비아의 원유 수출 규모가 하루 80만배럴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공급 차질과 맞물려 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투자자들 사이에 상승 베팅은 이미 후끈 달아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월가 머니 매니저들의 유가 상승 포지션이 6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츠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리비아의 내전 사태가 악화될 경우 2분기 대규모의 원유 공급 부족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조사 업체 베이커 휴스에 따르면 미국 셰일 업계의 유정 가동 건수가 최근 한 주 사이 15건 증가한 831건으로 파악, 수급 교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일정 부분 진정시켰지만 당분간 유가 상승 추세를 꺾어 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WTI 선물 가격의 베이시스는 리비아 사태의 충격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뚜렷하게 반영했다. 장중 한 때 최근월물 가격이 원월물 가격을 앞지르는 백워데이션이 나타났다가 콘탱고로 전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FXTM의 후세인 사예드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및 이란 제재, 여기에 리비아 내전이 원유시장에 공급 교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