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다음달 3일 예외 기간 연장 여부 최종 결정
이란산 콘덴세이트 '경제성' 뛰어나 국내 업체들 '선호'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미국 정부의 이란산 원유 수입 허용 연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 등 8개국에 한시적으로 부여됐던 원유 금수 예외국 인정 기간이 다음 달 초 만료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예외 조치가 갱신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원유 수입을 재개한지 3~4개월 만에 다시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업계는 현재 한미 양국이 활발히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최종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단 입장이다.
원유 채굴장비[사진=로이터 뉴스핌] |
9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일단 이달 도착하는 물량까지만 계약을 마친 상태다. 예외 기간 만료가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연장 여부나 추가 허용량 등이 확정되지 않아 이후 물량에 대해선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업체 중에서는 SK인천석유화학과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등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핵협정에서 탈퇴, 이란에 대한 1단계 제재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가 이후 한국이 예외국으로 인정되자 올해 1~2월부터 다시 도입하기 시작했다.
양국 정부나 국내 업체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지난 1월 이후 매달 증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에 도입된 이란산 원유는 지난 1월 196만 배럴이었으며, 2월엔 844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4~5월 수입했던 물량과 비슷한 양이다. 외신 등은 우리나라가 일 기준 약 13만 배럴 가량의 원유 수입을 허용 받았다고 추정한다.
각 업체들은 일단 미국 정부의 최종 결과 발표를 기다린 후 예외 기간 연장이 확정되면 다시 도입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올해 초 재도입 당시에는 금융이나 운송, 보험 등의 문제로 다소 시간이 지체됐으나 이미 이 문제가 해결된 만큼 이번엔 물량 등에 대해서만 협상을 하면 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이번 달 안에 도착하는 물량까지만 사전 계약을 해둔 상태"라며 "제재 예외국 인정 기간이 연장되면 다시 처음부터 협상을 진행해 원유를 들여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들은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양의 이란산 원유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란산 원유는 대부분이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국내 기업의 설비에 적합해 업체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 때문에 제재 전까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많은 나라였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란산 원유는 워낙 경제성이 높아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으로서는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들여오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리비아 정국 혼란 등에 따른 유가 급등 등을 우려해 한국과 인도 등 5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연장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예고했던 대로 지난해보단 허용 물량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금수를 골자로 하는 대(對)이란 제재를 발동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 8개국을 한시적(180일) 예외국으로 허용했다. 당시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노력을 전제 조건으로 달며, 감축 실적 등을 판단해 매 6개월마다 제재 유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첫번째 기한이 다음달 3일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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