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이란도 상대 정규군 테러조직 지정
미국, 테러조직 지정 통해 이란 정부 압박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면서 이란도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에 같은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해 자금줄을 조이고 이란 정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부가 전 세계적인 테러 캠페인을 지시하고 실행하는 주된 수단”이라며 이란혁명수비대의 테러조직 지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혁명수비대와 거래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테러리즘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조치는 외국 정규군에 최초로 ‘테러조직’이라는 꼬리표를 단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이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 취해졌다. 취임 이후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핵협정(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공식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맞춰 정책 변경을 추진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윗을 통해 “이란 정권의 테러리즘에 맞서기 위한 중요한 절차로서 미국은 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면서 “우리는 이란 국민이 자유를 되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주말 트럼프 정부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온 이후 밝힌 대로 이란 정부는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관영 방송을 인용해 이란의 최고국가안보위원회가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매체는 “어떤 다른 나라도 다른 나라의 군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중동에서의 이란의 영향력과 이슬람국가(IS)와 전투에서의 승리가 이번 (테러조직) 지정의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이란의 반응은 앞서 예견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미국의 IRGC 테러조직 지정 보도가 전해지면서 비우호적인 국가들이 똑같은 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시아파 성직자의 통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란의 가장 강력한 안보조직이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의 큰 부분을 제어해 왔으며 정치 시스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혁명수비대는 또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과 미군 주둔 지역에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 2000㎞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날 미국 정부의 조치가 오는 9일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준 트럼프 대통령의 선물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스라엘과 중동의 이익을 위해 나의 또 다른 중요한 요청을 받아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미국,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이란 정권에 대항해 다양한 조처를 할 것”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윗을 통해 “이것은 네타냐후에게 준 선거 전 또 다른 선물”이라며 “이 지역에서 미국의 또 다른 불운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