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 골퍼 이목 쏠려
연중 한 주 대회 위해 51주간 준비, 짧은 역사 딛고 메이저대회 중 ‘최고’로 발돋움
[미국=뉴스핌] 김경수 특파원= 골프에서 ‘그랜드 슬램’은 한 선수가 한 해 열리는 메이저대회를 휩쓰는 것을 말한다.
현대 골프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골퍼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대회가 달랐던 근대 골프에서 딱 한 명의 그랜드 슬래머가 있었다. ‘영원한 아마추어’ 보비 존스(1902∼1971·미국)다.
존스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1930년 메이저대회 4개(US아마추어·브리티시아마추어·US오픈·브리티시오픈)를 석권했다. 골프 역사상 유일한 그랜드 슬램이다. 어떤 이는 골프의 대기록 중에서 가장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존스의 그랜드 슬램과 1945년 바이런 넬슨이 달성한 미국PGA투어 11연승을 꼽는다.
타이거 우즈가 2018년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3라운드 12번홀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오거스타 내셔널GC] |
존스의 기록이 위대한 것은 그가 학교 공부나 변호사 일을 병행하면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대회에 출전했다는 점이다. 골프선수로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게 된 존스는 28세 때인 1930년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선수생활은 끝냈지만, 그는 애틀랜타 근처인 오거스타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건설하기로 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이름을 날렸던 클리포드 로버츠가 존스의 파트너로 참여, 골프장 건설자금을 조달했다. 또 유명한 코스 디자이너 앨리스터 매킨지와 함께 코스를 설계, 단숨에 세계적 명문 코스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2019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가 오는 11일 시작된다. 마스터스에 앞서 지난주 ‘오거스타 내셔널 위민스 아마추어’가 처음으로 열려 세계 골퍼들의 눈과 귀는 이미 오거스타로 쏠려있는 상태다.
1934년 제1회 대회를 열었는데 당시 명칭은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션 토너먼트’였다. 그러나 언론에서 ‘마스터스’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보도하면서 1939년부터 대회 명칭이 마스터스로 굳어졌다.
존스는 은퇴했지만, 대회 명예를 위해 상징적으로 출전했다. 첫 라운드에서는 전년도 챔피언과,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선두에 오른 선수와 동반플레이를 했다. 마스터스는 존스의 명성과 열정에 힘입어 단기간에 독보적인 메이저대회로 자리잡았다. 물론 존스와 함께 마스터스를 운영한 로버츠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마스터스도 없었을 것이다.
메이저대회 중에서 역사가 가장 짧은 마스터스가 모든 선수들이 출전하기를 바라는 ‘꿈의 대회’로 자리잡은 데는 독특한 마케팅과 이노베이션, 창의력이 있었다. 마스터스는 골프대회 중 최고의 성공작으로 지금도 벤치 마킹의 대상이다.
마스터스는 4라운드 대회를 사흘 대신 나흘에 걸쳐 개최한 최초의 대회다. 마지막날 36홀 플레이를 하는 것은 선수들의 기량을 적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존스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 당일 갤러리들에게 선수들의 티오프 시간표를 나눠주고 그린 주변이나 전망좋은 곳에 스탠드를 만든 것, 페어웨이 가장자리에 로프를 설치해 갤러리의 진입을 차단한 것이나 스코어 집계를 위해 전화선을 연결한 일, 1만대 이상의 주차공간을 골프클럽이 직접 보유한 것도 마스터스가 효시였다.
독점 중계방송사인 미국 CBS에 중계권을 팔면서도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다. 중계권료를 낮춘 대신 광고시간을 최소화하고 광고되는 제품선정까지도 협의토록 하는 권한을 고수했다.
요컨대 마스터스는 대회장에 오는 갤러리나 TV로 시청하는 팬들의 편의를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챙김으로써 단숨에 ‘최고 대회’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4개 메이저대회 중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것은 마스터스 뿐이다. 연중 ‘마스터스 위크’ 한 주를 위해 나머지 51주를 투자한다. 올해도 대회가 끝나면 5∼6개월간 휴장하면서 2020년 대회를 준비한다.
마스터스가 골프 이벤트로는 세계 최고의 마케팅 능력과 ‘흥행’을 자랑하는 것은 이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 덕분이다. 마스터스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상품’이라는 평가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