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 디너 등 전통 행사 눈길
11~13번홀 '아멘코너'가 승부처
이번 주말과 다음 주에는 굵직한 골프 대회들이 연이어 열립니다. 먼저 4일 미국에서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이 막을 엽니다. 일명 '호수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로 잘 알려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국내 시즌 첫 KLPGA 대회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이 자리합니다. 지난해 우승자인 김지현, 최혜진 등 국내 최정상 선수들이 모두 모입니다. 다음주 11일에는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개막하는 마스터스 대회가 열립니다. 타이거 우즈 등 내노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이 역시 PGA 투어 첫번째 메이저 대회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정윤영 수습기자 = 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먼저 열리는 마스터스는 다른 메이저 대회와 달리 많은 전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마스터스는 4월11일부터 나흘간 미국 애리조나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파72/7445야드)에서 열린다.
2018년 마스터스 우승자 패트릭 리드. [사진=골프닷컴] |
◆ 그린 재킷·챔피언스 디너·파3 콘테스트·시타... 개막전부터 눈길
선수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단연 대회 우승자만이 입을 수 있는 '그린 재킷'이다.
마스터스 대회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그린 재킷의 유래는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거스타 내셔널 GC 측에서 좀 더 쉽게 알아보기 위해 선수들에게 그린 재킷을 입는 것을 권유했다.
이 전통은 1949년 샘 스니드가 대회 우승 후 그린 재킷을 걸치면서 시작됐다. 그린 재킷 우승자는 다음 해 대회 챔피언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는 전통으로도 유명하다. 챔피언은 대회 우승 후 1년까지 그린재킷을 간직한 뒤 다음 해 클럽에 반환한다. 올해에는 '2018 마스터스 우승자' 패트릭 리드가 그린 재킷을 넘겨주게 된다.
예외는 있다. 지난 2013년 '마스터스 초대 우승자' 호튼 스미스가 입었던 그린재킷이 경매에 나온 것이다. '희귀한 그린재킷'의 경매 낙찰 가격은 68만2229달러(약 7억7500만원)였다.
1934·1936년 마스터스서 우승한 스미스의 그린 재킷은 당시 반환하는 전통이 없었다. 당초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린재킷은 그의 먼 친척이 수십 년 간 벽장에 꼭꼭 숨겨 보관해 오다 경매에 넘겼다.
마스터스 디너. [사진=마스터스 트위터] |
챔피언스 디너 또한 전통 행사로 꼽힌다.
매년 대회 개막 전날 밤에는 역대 챔피언들과 만찬을 즐기는 것이다. 이는 1952년 디펜딩 챔피언인 벤 호건의 주최로 처음 열리게 됐다. 전년도 챔피언은 만찬 대접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대신 유명 인사를 대접하는 메뉴 선택권이 주어진다.
이 자리에서 우승자들은 해당 나라들의 특별한 요리를 내놓는다.
지난 1989년 스콧맨 샌디 라일은 '하기스'라는 스코틀랜드 전통요리를 내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기스는 양이나 송아지 내장을 다져 향신료와 양념해 오트밀과 섞은 뒤 위장에 넣어 삶는 요리다.
2008년에는 트레버 이멜맨이 남아공 원주민들이 즐기는 전통음식 '보보티'를 대접했다. 2012년에는 찰 슈워첼이 원숭이에 소스를 곁들인 남아공 가정식 바베큐를 선보이기도 했다.
1998년 타이거 우즈는 치즈버거를, 2002과 2003년에는 스시 사시미와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를, 2006년에는 케사디야와 스테이크 파히타, 치킨 파히타 등 멕시칸 음식을 선보였다.
대회 전날인 수요일은 선수들끼리 파3 콘테스트를 하는 행사도 있다. 1960년 최초로 시작된 해당 콘테스트에는 가족이나 연예인이 선수의 캐디로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로리 매킬로이와 당시 여자친구 캐럴라인 보즈니아키. [사진=골프닷컴] |
2013년 로리 매킬로이는 당시 여자친구였던 테니스 선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를 캐디로 두고 라운드를 펼쳐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파3 콘테스트서 우승이 마냥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역대 마스터스에선 파3 콘테스트 우승자가 본대회에서 그린재킷을 입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
마스터스는 1라운드에 앞서 명예 시타 행사 또한 갖는다. 마스터스 6회 우승을 거머쥔 '전설' 잭 니클라우스는 2007년부터 9년 연속 시타에 나서 대회 개막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어깨부상으로 시타에 나서지 못했다.
잭 니클라우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승 트로피가 대회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1년이다. 오거스타내셔널 클럽하우스 모양을 담은 마스터스 트로피는 은도금 금속 900조각을 조립해 무게가 무려 15kg에 달한다.
매해 챔피언들이 1년씩 보관하다 반환했지만 1993년부터 오리지널 트로피는 클럽에 보관하고 우승자는 트로피 복제품을 소장한다.
◆ 11~13번 '아멘 코너'의 저주...대회 최대 승부처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는 '아멘 코너'라는 악마의 홀이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아멘코너'는 1958년 허버트 워런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가 재즈 밴드 연주곡인 '샤우팅 앳 아멘코너'에서 힌트를 얻어 명명됐다.
아멘 코너의 첫 홀인 11번홀(파4)은 페어웨이 왼쪽의 호수를 피하는 티 샷의 정교함이, 12번홀은 그린 앞 '래의 크릭'이라 불리는 개울과 뒤쪽 벙커 3개 등 좁은 공간에 공을 떨어뜨리는 정확한 아이언 샷이 필수적이다.
마지막 13번홀(파5)에서는 투온이 가능해 이 홀에서 버디나 이글을 잡는 것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버바 왓슨은 이 홀을 두고 "전장이 긴 만큼 절대적으로 장타자들에게 유리한 홀"이라고 말할 만큼 긴 거리의 코스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히 아멘코너 중에서도 선수들의 허를 찌는 곳은 12번홀이다.
12번홀은 전장이 155야드에 불과한 파3 홀이지만 조던 스피스는 2016년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 아멘 코너의 저주에 빠져 쿼드러플보기 참사를 당해 다 잡았던 우승을 날리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1931년 아메리칸 인디언의 무덤이 발견된 홀이라며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미신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해당 홀에서만 선수들이 타수를 줄이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노리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 역시 아멘코너의 저주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2011년 4타차 선두로 선방하고 있었지만 대회 마지막 날 더블보기를 범해 최종합계 4언더파284타를 기록, 공동 15위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로코 메디에이트(56·미국) 역시 2006년 해당 대회서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날 세 차례나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리며 12번 홀에서만 10타를 쳐 최종합계 6오버파294타를 쳐 공동 36위로 추락했다.
톰 웨이스코프(76·미국)는 1980년 대회 이 곳에서 5개의 공을 물에 빠트려 무려 13타를 적어내 컷조차 통과하지 못했고 이는 아직도 마스터스 역대 최악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아멘코너 [사진=골프닷컴] |
◆전장·러프 늘리고 나무 심었지만... 오거스타 GC, 우즈 잡기에 혈안
역대 마스터스 최다승은 잭 니클라우스로 그린 자켓을 6번, 아널드 파머와 타이거 우즈는 4번, 필 미켈슨은 3번 입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GC 측은 타이거 우즈를 막기위해 대대적으로 코스 공사에 나선 재미난 일화도 있다.
특히 우즈는 1997년 21살의 나이로 2위 톰 카이트와 12타 차로 제치고 대회 최연소, 최다 타수 차로 그린 자켓을 입었다.
자존심이 상한 오거스타 GC 측은 이듬해 필드에 나무를 더 심고 러프를 늘렸지만 우즈는 2001년 16언더파로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거스타는 다시 6925야드였던 코스 전장을 7270으로 늘렸고, 더 깊은 벙커와 나무를 심었지만 다음 해인 2002년 우즈는 백투백 우승으로 챔피언십 타이틀을 방어해 골프장 측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현재 세계랭킹 12위를 달리고 있는 타이거 우즈는, PGA 투어 통산 81승과 마스터스 통산 5승을 노리고 있다.
[사진=골프닷컴] |
타이거 우즈는 지난 주 끝난 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 공동5위를 기록했다.
우즈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서 "난, 무리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과 관리를 해야 한다. 순위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모든 게 4월 마스터스를 향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우즈는 2017년초 척추 수술을 포함해 4년간 4차례 허리 수술을 받은 이후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통산 80승을 써냈다. 이와 함께 세계랭킹도 이전 1199위에서 현재 1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PGA 통산15승을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 역시 그린 재킷을 노리고 있다. 그가 마스터스 우승을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매킬로이는 올 3월 끝난 플레이어스 우승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 커리어 최전성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꾸준히 경기에 임하겠다"며 마스터스 우승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한국선수로 중에서는 김시우가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그는 세계랭킹 61위로 임성재·안병훈보다 순위가 낮지만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2020년까지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아 놓은 상태다. 세계랭킹 50위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임성재·안병훈은 마스터스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은 골퍼들이 죽기 전에 꼭 라운드를 펼쳐보고 싶다는 대표적인 '버킷 리스트' 필드로 꼽힌다.
이번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메이저스 챔피언십에서 누가 그린 재킷의 영예를 안을지 주목된다.
yoonge9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