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로존의 이른바 바주카 시대를 주도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후임에 매파가 결정될 가능성이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력한 카드로 거론되는 인물은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
그가 실제로 19개국 공동 통화존의 중앙은행에 입성할 경우 독일이 20년간 눈독을 들였던 자리를 마침내 차지하게 되는 셈이며, 나아가 유로존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전망이다.
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트만 총재가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드라기 총재의 뒤를 이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ECB 차기 총재는 마이너스 예금 금리를 포함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향방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어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그리스를 포함한 소위 주변국들의 부채 위기 당시 드라기 총재는 ‘무엇이든 한다’는 정책 기조를 앞세워 자산 매입과 마이너스 금리, 유동성 공급 등 전례 없는 통화완화 정책으로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리스크에 맞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3년간 추진한 양적긴축(QT)을 종료한 뒤 그는 금리인상을 늦출 뜻을 밝힌 상황.
유로존의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4%에 머물고 있고,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앞으로 2년 동안 이른바 ‘서브 제로’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바이트만 총재가 ECB 수장에 오를 경우 얘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ECB의 비둘기파 정책에 날을 세우며 ‘드라기 저격수’이자 대표적인 매파로 평가 받은 그가 핸들을 쥐게 되면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둔 정책 기조의 방향 수정이 확실시된다는 진단이다.
ECB 총재 교체 시기가 유로존 경제의 하강 기류와 맞물리면서 바이트만 총재의 등극이 유럽을 필두로 주요국 금융시장에 긴장감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바이트만 총재는 지난 2월 ECB 총재직에 도전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프랑스 국적의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와 프랑수아 빌레이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핀란드 쪽 후보인 올리 렌 중앙은행 초애와 에르키 리카넨 전 중앙은행 총재가 물망에 오른 상황.
5월 하순에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ECB 차기 총재를 둘러싼 유럽 주요국과 시장 전문가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유럽의회가 유럽 집행위원회 위원장 선출 권한을 갖고 있고, 집행위원장 결정에 신임 ECB 총재 선임의 윤곽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피터슨 연구소의 제이콥 펑크 커크가드 연구원은 WSJ과 인터뷰에서 “독일은 이번 ECB 차기 총재 자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EC B의 통화정책이 독일 재정에 부담을 가하고 있어 자국 출신의 보수적인 인물을 신임 총재에 심으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