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린왕자' '달과 6펜스' 연극 '왕복서간'
원작 충실히 구현하거나 새로 재해석해 무대화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상상으로만 그리던 소설 속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쉴 때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예상보다 더욱 좋거나 혹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검증된 원작의 탄탄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했기에 많은 관객들은 이를 믿고 작품을 찾는다.
지난달까지 연극 '시련' '자기 앞의 생' '체홉, 여자를 읽다' 등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다수 무대에 올랐다. 현재 낭독뮤지컬 '어린왕자', 뮤지컬 '달과 6펜스', 연극 '왕복서간'이 공연 중이다. 뮤지컬 '얼쑤'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연극 '소년이 온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등 많은 작품들이 향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뮤지컬 '어린왕자', 연극 '왕복서간' 포스터 [사진=HJ컬쳐, 벨라뮤즈] |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2가지로 나뉜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거나, 원작을 재해석해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각각의 매력으로 원작의 메시지를 더욱 강조하거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낭독뮤지컬 '어린왕자'(~4/7, 예스24스테이지 1관)는 생텍쥐베리의 동명 원작소설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충실히 구현하며 감동적 메시지를 그대로 전한다. 여기에 생텍쥐베리가 직접 무대 위로 등장해 화자이면서도 배우가 돼 극적 재미를 높인다. 반면, 뮤지컬 '달과 6펜스'(~4/21, 대학로 TOM 2관)는 서머싯 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지만 텍스트 그 자체를 옮기지는 않는다. 소설 속 예술에 대한 질문을 모티브로, 예술가의 이상과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극 '왕복서간'(~4/21,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은 일본 작가 미나토 가나에 동명소설의 세 가지 에피소드 중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을 무대로 올린다. 편지를 주고받는 서간문 형식을 무대 위에서 충실히 구현한다. 배우들은 서로 대화를 하는 듯 편지를 낭독하고, 이로 인해 바라보고 있어도 거리감이 생기며 일반적인 무대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이기쁨 연출가는 "무대 위에서 편지, 편지의 말, 그 말을 하는 배우가 제일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무대 미술을 최대한 담백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얼쑤'(4/17~5/2,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봄 봄>, 오영수의 <고무신>을 원작으로 민요와 한국 무용을 활용해 첫사랑에 대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그린다. 판소리를 하는 당나귀 '판당'이 내레이터로서 극을 이끌며, 단편소설의 한국적 정서를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4/24~5/26,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은 영국 아동문학가 로렌스 앤홀트의 동명 동화를 각색한다. 고흐의 작품들을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다.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포스터 [사진=㈜아이엠컬쳐, 남산예술센터] |
남산예술센터의 올해 시즌 프로그램 중에도 소설을 원작으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과 '휴먼 푸가'가 공연된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10/9~27, 남산예술센터)은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한국연극 '2018 공연 베스트7', 제5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강량원 연출은 "올해 재연을 올리면서 살인 사건으로부터 어떻게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어떻게하면 구원받을 수 있는지 더욱 깊게 들어가보려고 한다"며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연출을 통해 소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먼 푸가'(11/6~27, 남산예술센터)는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기반으로 한다. 1980년 5월의 광주와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적 형식으로 해체, 조립하는 일종의 퍼포먼스극이다. 영상과 설치미술 작품, 이어지는 퍼포먼스가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과 기억, 행동을 조금씩 변주해 반복되며 새롭게 직조된다. 배요섭 연출은 "하나의 주제를 여러 악기들이 변주, 반복하는 푸가의 형식을 통해 소설의 내러티브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소설 속 사건들을 퍼포머를 통해 새롭게 변주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공연의 만족도는 다르겠지만, 창작진과 배우들은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원작 소설을 보지 않아도 공연을 관람하는데는 상관이 없다"며 "원작을 보고 공연을 본다면 차이점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고, 공연을 본 후 원작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면 그 또한 작품 감상의 또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