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연기하고 싶어"
유승현 "뚝심 있는 배우, 믿고 보는 배우 되고파"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예술에 대한 관심이 없어도 괜찮다. 미술을 몰라도 상관 없다. 누군가는 어렵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광염소나타'와 비슷하다고 한다. 피드백을 받고 개선을 거듭하고, 이제는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뮤지컬 '달과 6펜스'. 지난 27일 대학로의 한 까페에서 배우 유승현(35), 유현석(30)을 만났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뮤지컬배우 유현석과 유승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7 dlsgur9757@newspim.com |
뮤지컬 '달과 6펜스'는 예술지상주의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작가 서머싯 몸의 동명소설을 모티브로 소설 속 상징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어 탄생됐다.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가진 '모리스'를 통해 각각의 욕망을 자각하고 이로 인해 일상의 균열이 생기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첫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많이 어려워하셨어요. 시간이 지나고 공연도 배우들도 정리가 되고, 공감하시는 관객도 생긴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영감과 달을 찾아가는 작품이다보니, 관객마다 생각하는 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스스로의 달은 무엇인지 생각하시더라고요.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채워가고 있어요." (유승현)
배우 유승현이 맡은 '모리스'는 규범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 원하는 색을 구하기 위해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광기어린 예술가다. 특히 극중 '유안'의 욕망을 자극해 변화시키는 등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는 인물이다.
"'모리스'는 예술을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지막에 예술도 혼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죠. 처음에는 너무 격이 없는, 사회성이나 매너가 없는 인물이라 문화적 차이, 괴리감이 있었죠(웃음). 너무 거칠게만 표현하기보다 자기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했어요. '모리스'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그림을 선택할 수 있을까, 관객들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에요." (유승현)
'모리스'와 '유안'을 소개시켜주는 인물은 '케이'다. 배우 유현석이 맡은 역할로, 우연히 만난 '모리스'를 소개시켜준 뒤 변해가는 '유안'을 보며 힘들어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의 목격자이자, 스스로의 선택에 갈등한다.
"처음 봤을 때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생각났어요. '조커'에 몰입하면서 두 달간 방에 틀어박혀 조커 이야기를 썼고, 나중엔 약물중독으로 사망했어요. 대단한 예술가란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작품을 마주하면서 과연 그의 주변인, 가족이나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화가 많이 났을 것 같아요. '그림 한 장이 나보다 못하단 건가?' 이런 생각(웃음). 죄책감이 기본이지만, '유안'이 죽음으로써 원망도 커요. 그만큼 '케이'에게 '유안'은 소중한 존재였으니까요." (유현석)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뮤지컬배우 유승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7 dlsgur9757@newspim.com |
작품 속 인물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는 '달' 즉,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을 깨닫고 꿈꾸기 때문이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혹은 참고만 있던 욕망을 드디어 분출하고 변화하고 싶어하는 것. 유승현과 유현석 또한 마음 속에 '달'을 품고 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게 '달'이죠(웃음). 만족이 없기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욕심 내지 않고, 느슨해지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요. 현재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연기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이에요." (유현석)
"쉽게 정의할 순 없지만, 제게는 '뚝심'이에요. 달은 항상 똑같지만 달리 보이잖아요. 배우도 시대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바뀌지만 '저'라는 사람은 똑같잖아요. 그 연기하는 자세, 저만의 뚝심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동시대 사람들의 고민이 뭔지, 어떤 감정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찾고 이를 캐릭터에 녹여 공감대를 높이고자 해요." (유승현)
예술가에게 '여섯 번째 손가락'은 타고난 재능 혹은 출중한 실력을 뜻한다. '유안'은 여섯 번째 손가락이 없음에 좌절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다. 배우 또한 아티스트로서, 두 사람에게 '여섯 번째 손가락'은 뭘까.
"작품 속 캐릭터죠. 특히 창작 공연은 미리 반응을 알 수 없으니 더 어려워요. 캐릭터를 통해 진심을 전해야 하는데, 캐릭터에 따라 케미가 일어나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잖아요. 어떤 캐릭터를 만날 지 모르니까 항상 두려우면서도 설레죠." (유승현)
"잘하는 배우를 보면 '천재다' 느낌이 있어요. 같이 공연하는 형들을 보면서도 노래든, 연기든, 춤이든 타고난 분야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배우고 싶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가진 각각의 장점을 배우려고, 체화하려고 해요(웃음)." (유현석)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뮤지컬배우 유현석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7 dlsgur9757@newspim.com |
유승현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통해 뮤지컬 배우를 결심했다. 꼭 하고 싶은 작품 역시 '맨 오브 라만차'를 꼽기도 했다. 어렸을 때 연예인이 되고 싶던 그는 연기를 배우면서 배우 김민재, 진선규와 인연을 맺었다.
"어려서부터 돈키호테가 좋았어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결심했고, 20년 뒤 작품 속 세르반테스 역을 꼭 하겠다고 생각했죠. 제 꿈이에요. '맨 오브 라만차'의 다른 역할 제의가 와도 안 할 거에요. 경험을 쌓고 실력을 쌓아 꼭 세르반테스를 하고 싶어요." (유승현)
"시작은 방송이에요. '거침없이 하이킥' 단역을 했죠. 연기를 배우고 싶어 연락한 곳이 '극단 간다'였고 김민재·진선규 선배를 만났죠. 돈이 없다고 했는데도 연기를 가르쳐 주셨어요. 처음엔 공연에 문외한이었는데, 뮤지컬 '불의 검' 넘버를 준비하며 빠져들었어요. 하고 싶은 작품은 언제나 많은데, 예전부터 '빨래'의 '솔롱고' 역은 계속 하고 싶어요." (유현석)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매체에도 열려있다. 유승현은 MBC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에 출연한 적이 있다. 얼마 전 MBN '비포 썸라이즈'에 출연해 여성 출연자들의 몰표를 받으며 '의자왕'으로 화제도 모았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 때 자주 보러오던 관객이 작가가 돼 연결이 됐어요. 처음엔 여행 프로그램인줄 알았어요(웃음). 미팅이 끝나고 썸 여행이라는 걸 알게 됐죠. 많이 힘들었어요. 직업이 배우라 되게 조심스러웠죠. 지금은 다들 친해요. 함께 한국으로 온 그 분과 좋은 친구로 남아있습니다(웃음)." (유현석)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뮤지컬배우 유현석과 유승현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7 dlsgur9757@newspim.com |
롤모델 이야기에 유승현은 "다양한 스펙트럼과 기본 이상 해내는 배우"라며 이병헌을, 유현석은 "저 분처럼 연기하고 싶다"며 오정세를 꼽았다. 그들처럼 성장하기 위해 체력이며 스트레스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최종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다.
"올해 건강 관리를 잘해서 아프지 않고 계속 하는게 목표예요. 공연을 시작하기 전 항상 기도하는데, 그때 공연을 보면서 제가 받은 감동만큼 관객에게 전해주길 바라거든요. 그렇게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현석)
"장르적 취향이 안 맞을 수는 있어도 '저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볼 만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항상 나이다운 삶을 살고 싶고, 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조심히, 열심히 시간을 보내면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승현)
뮤지컬 '달과 6펜스'는 오는 4월 21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