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변경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 근거 마련
2분기 노사협의 후 이사회 의결해야 가능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올해 노동이사제 도입이 무산된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정관변경을 추진한다.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제도적 근거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관변경을 위해선 노사협의를 거쳐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기 때문에 노사 간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2분기 노사협의회에 사외이사 선임 관련 정관변경을 안건에 올릴 계획이다.
지난달 말 노조는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사측이 추천한 신충식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학교 교수가 사외이사에 선임되면서 노동이사제는 불발됐다. 현 정관이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는 노조에게 사외이사 추천 권한이 없어 노조가 추천한 박 위원은 사실상 후보자로 고려되지 않았다.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행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자회견. [사진=김진호 기자] |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 기업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에도 사외이사는 이사회 운영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해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관변경으로 노동이사제 추진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분기마다 노사협의회가 있는데 이미 1분기 안건은 제출한 상황이기 때문에 2분기 안건으로 정관변경안을 올리려 한다"며 "오는 5월쯤 노사협의회에서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관변경을 위해선 여러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려면 노사협의회에서 줄다리기를 거쳐야 하고, 안건으로 상정되더라도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정관을 변경하더라도 오는 2021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가 나오기 때문에 2년 후에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더구나 노동이사제에 대한 금융당국이나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의 입장이 부정적인 만큼 사측에서 관련 논의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법으로 공공기관에 먼저 노동이사제 도입을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다른 분야보다 금융권이 다른 산업보다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직원들의 상황이 열악하거나 불리하지 않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노동이사제는 아직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못했다"며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사항이고 실행 의지가 있다는 청와대 입장도 확인했다"며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들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계속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