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독일의 제지 업체 베파는 최근 3~4개월 사이 영국 현지 물류 센터에 600톤에 이르는 화장지와 키친 타올 재고 물량을 쌓았다.
싱가포르 투자청을 포함한 주요국 국부펀드는 올들어 영국 투자를 일제히 크게 축소, 한 발 물러서는 움직임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이 불과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영국 정치권이 밑그림조차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기업과 투자 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2019. 02. 27. [사진= 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화장지 업체부터 제약, 유통, 자동차 메이저들까지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에 따른 패닉을 예상,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무질서한 브렉시트로 인해 각종 수출 상품의 세관 통과가 막히거나 장시간이 걸릴 가능성에 대비, 영국 현지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제약 업체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및 의료 기기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수출을 앞당기고 있고, 자동차 업계는 영국 현지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부품 구매를 대폭 확대해 완성차 생산 및 공급 혼란을 모면하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현지 슈퍼마켓 업체 모리슨스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비누와 칫솔, 각종 세제와 아스피린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매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재고 물량을 쌓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고, 노 딜 브렉시트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있는 궁극적인 해법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 각 업계의 지적이다.
베파의 마이크 도커 영국 사업 부문 이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부터 브렉시트 대비책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최근 들어서는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수입품 조달에 커다란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일고 내다봤다.
금융업계도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국 국부펀드의 영국 투자가 급감했다.
지난해 국부펀드의 투자 건수는 8건으로 2017년 18건에서 반토막 이상 줄어들었다. 투자 금액 역시 같은 기간 210억달러에서 18억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싱가포르와 캐나다, 네덜란드 등 국부펀드가 영국 투자에서 사실상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직접적으로 맞물렸다는 지적이다.
IE 경영대학원의 자비에 카파페 교수는 FT와 인터뷰에서 “국부펀드가 지난해 이후 영국 투자를 거의 전면 중단한 상태”라며 “일단 브렉시트 향방을 지켜본 뒤 투자 재개 혹은 기존 투자의 회수를 결정하겠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이 이달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연장해 줄 것을 EU에 요청한 가운데 EU는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5월22일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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