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브렉시트 교착상태, 의회 탓”
영국 의원들 “총리가 국민과 의회 사이 이간질”
EU “영국은 ‘이상한 정치’로 EU 시스템을 오염시키지 말라”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 내부 분열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심화되는 한편 EU 측에서는 영국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
미국 CNN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자신만이 브렉시트를 이끌어갈 강단과 회복탄력성이 있다고 자신하며 취임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0일 TV로 방송된 대국민 성명에서 브렉시트 교착 상태의 책임을 의회로 돌렸다.
메이 총리는 국민과 의회 간 싸움에서 자신은 국민들 편에 서 있다며 영국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은 참을 만큼 참았다. 내분과 정치 게임, 이해하기 힘든 절차에 국민들은 지쳤다. 자녀 교육, 헬스서비스, 범죄 등 국민들이 진짜 문제를 떠안고 있는데 브렉시트 외에는 논하지 않는 의회에 지쳐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은 브렉시트의 현 단계를 어서 끝내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의회는 선택을 피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국민들은 브렉시트를 어서 마무리하기를 원하며 나는 국민들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대국민 성명 발표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CNN은 이미 의회에서 권위가 상당히 약화된 메이 총리가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 1차 표결에서 세 자릿수로 부결된 후 한 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애써야 하는 상황에서 이번 성명으로 표를 더 잃게 됐다는 설명이다.
역시나 메이 총리의 대국민 성명에 대해 영국 의원들은 총리가 국민과 의회 사이를 이간질한다며 크게 분노했다.
당초 합의안을 지지하는 쪽이었던 리사 낸디 노동당 의원은 트위터에서 “총리의 성명은 불명예스럽다. 현 상황에서 의회와 국민들 사이를 적대적으로 만드는 것은 위험하고 무모한 일이다. 총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표를 던져줄 의원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번 성명 후 메이 총리가 합의안 통과를 위해 충분한 표를 얻을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웨스 노동당 의원 또한 “이미 하원 의원들이 살인협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의 성명은 무책임한 선동이다. 의원들에 대한 이러한 협박이 실현되기라도 하면 메이 총리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메이 총리가 인내심을 잃어가는 EU 지도자들에게 자신이 브렉시트를 통제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성명을 발표했으나, 역효과가 났다고 해석했다.
EU 지도자들은 메이 총리와 영국 내각에 점차 불만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샤를 그랑 유럽개혁센터장은 “영국의 무능력한 정계와 신뢰할 수 없는 정부에 대해 EU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을 영국은 인지해야 한다. 영국은 ‘이상한 정치’로 EU 시스템을 오염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6월 30일까지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한 메이 총리의 서한을 받고 ‘영국 하원이 합의안을 가결해야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브렉시트 3개월 연기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투스크 상임의장의 브렉시트 연기 결정 전 영국 하원 가결 요구에 메이 총리는 오는 26~27일 브렉시트 합의한 3차 투표를 열고 막판 통과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다. 2019. 02. 27.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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