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베트남에서 여성을 강제로 추행한 남성에게 부과된 벌금이 20만동(약 9700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인 뚜오이째에 따르면 이달 4일 하노이 탄 수안 지구에 있는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 만 훙이라는 남성이 20살 대학생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에게 추근거렸으며, 핸드폰 번호를 요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엘리베이터 코너로 몬 뒤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하는 장면은 CCTV 영상에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CCTV 영상은 곧 퍼져나갔으며,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또 남성에게 부과된 벌금이 한화로 약 1만원 정도의 가벼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자 베트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로 넘쳐났다.
두옹 다이 찌에우 람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사용자는 "(가해자에 부과된) 벌금은 베트남 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조롱이자 모욕이다"라고 비난했다.
경찰과 지역 당국은 지난 13일과 16일 가해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사진이 찍히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해자 역시 가해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피해자는 지난 19일 뚜오이째에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엘레베이터를 탈 때마다 아직도 두렵다"며 "20만동이라는 벌금은 그가 나에게 준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비교했을 때 충분히지 못하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제 지쳤으며, 더 이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고 덧붙였다.
AFP는 베트남에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되지 않았으며, 젠더 기반의 폭력과 관련된 논의는 아직까지 금기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관련 범죄에 대한 벌금액은 최대 30만동(약 1만4550원)에 불과하다. 이에 베트남에서는 이날 해당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넘쳐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제구호단체인 액션에이드가 2014년, 200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성인 여성과 여자아이의 87%가 공공장소에서 성추행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와 베트남 정부가 2010년 젠더 폭력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34%가 배우자로부터 정기적으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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