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티 차별'로 10년 전 공정위에 덜미
고법·대법, 공정위 제재에 손 들어줘
단, LG전자 리베이트 기간은 제외
원래 과징금 중 17.8% 제외한 2245억 처벌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10년 전 ‘로열티 차별’로 공정당국의 처벌을 받은 첫 번째 퀄컴 사건의 긴 소송전이 일단락됐다. 올해 초 대법원이 ‘LG전자 무선주파수(RF)칩 조건부 리베이트’에 대한 일부 기간만 제외하면서 당초 과징금 중 17.8%가 깍인 금액이 부과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등의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사건에 대한 재산정 과징금 2245억3900만원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선 1월 대법원은 2009년 퀄컴의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사건과 관련해 모뎀칩 조건부 리베이트의 부당성 및 과징금 부과의 공정위 판단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단, LG전자 RF칩 조건부 리베이트 관련 일부기간에 대해서는 과징금 산정을 제외토록 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원처분 과징금 2731억9700만원 중 일부인 486억5800만원을 취소했다.
CDMA 원천 기술을 보유한 퀄컴은 2008년 기준 국내 CDMA 모뎀칩 시장의 99.4%를 차지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였다. 당시 사건을 보면, 퀄컴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독점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로열티 차별 부과와 조건부 리베이트 지급’을 일삼아왔다.
퀄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2006년 2월 공정위가 단서 정황을 포착하면서 4월 직권현장조사와 씬멀티미디어, 넥스트리밍,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 브로드컴(Broadcom) 등 국내외 회사의 신고로 퀄컴의 시지남용혐의가 드러났다.
이 후 공정위는 총 6차례의 전원회의를 거쳐 2009년 12월 퀄컴을 처벌했으나 퀄컴의 소 제기로 이듬해 2월 불복소송에 들어갔다.
2013년 6월 고등법원 이후 올해 초 대법의 판단에서는 LG전자 건에 대해만 경쟁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LG전자의 국내 시장점유율 40%대’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즉, 점유율 20%대인 LG전자의 휴대폰 판매시장을 높게 잡는 등 전제가 잘못된 만큼, 40% 이상 시장봉쇄 효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공정위 측은 “대법원은 모뎀칩 조건부 리베이트 행위의 부당성 및 관련 과징금 부과명령 등 공정위 판단 대부분을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RF칩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 관련 과징금 부과명령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퀄컴이 LG전자에만 RF칩 리베이트를 제공한 기간은 시장봉쇄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어 과징금 산정에서 이를 제외하라고 판단했다”며 “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 기존 부과한 과징금 중 486억5800만원을 직권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부과된 시정명령도 일부 변경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뉴스핌 DB] |
원결정에서는 경쟁사의 모뎀칩을 사용하는 경우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한 바 있다. CDMA 모뎀칩·RF칩을 판매하면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수준의 자사모뎀칩·RF칩 구매를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행위도 금지였다.
바뀐 시정명령에서는 로열티 할인을 관련해 ‘부품’을 ‘CDMA2000용 모뎀칩’으로 구체화했다. 퀄컴 본사를 제외한 한국지사에 대한 시정명령은 삭제했다.
10년 전 공정위가 적용한 법 위반 건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한 행위, 부당하게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해 취급하는 행위,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 특허권 소멸 후 로열티 부과 등이다.
전성복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조건부 리베이트를 통해 경쟁을 배제하려는 행위의 위법성을 대법원이 확인했다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며 “과거 인텔의 조건부 리베이트를 제재한 위원회 처분(2008년 11월 5일)에 대해 고등법원이 위원회 승소판결(2013년 6월 19일)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상고포기로 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2016년 ‘특허권 독식’ 퀄컴에 대한 갑질을 적발, 1조30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퀄컴은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하면서 과징금 1조원을 둘러싼 공방전에 나선 상태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