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은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 시민·노점으로 '북적'
구청 등 불법 노점 단속에...노점상 "생존권 보장" 항의 집회
인근 상인들 "불법 노점해야 수익 내는 비정상적인 구조" 토로
구청·한강사업본부 단속 나서지만 한계...몸싸움 벌어지기도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휴일인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한강공원은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수많은 인파로 바빠진 건 이곳 노점상들이다. 텐트와 돗자리를 빌려주는 노점상부터 솜사탕, 닭꼬치 등을 파는 노점상까지. 이들은 한강공원과 인접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출구와 공원 곳곳에서 '봄철' 장사를 하고 있었다.
![]() |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인접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앞. 이날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 소속 노점상들은 '생존권 사수' 문구가 적힌 띠를 머리에 두르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3.19. sun90@newspim.com |
한강공원 한켠에선 노점상 20여명이 '구청의 불법 노점 행위 단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민주노련) 회원인 이들은 '생존권 사수' 문구가 적힌 띠를 머리에 두르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강공원 인근 상인들은 노점상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불법 노점상 규모가 워낙 커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4월 벚꽃축제 등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 상인 "세금·임대료 부담에 손님도 뺏겨...노점하고 싶은 심정"
19일 민주노련에 따르면 이 단체 소속 노점상들은 지난 9일부터 주말마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서 생존권 보장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일요일인 17일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집회를 열고 "영등포구청과 한강사업본부의 노점상 단속으로 생계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련 관계자는 "3월 들어 구청이 단속에 나서면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노점상들이 자율적으로 질서를 확립해 시민 보행권을 보장하고, 불법 노점상 난립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
17일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노점상들은 이곳에서 솜사탕을 판매하는 등 장사를 벌였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3.19. sun90@newspim.com |
반면 인근 상인들은 불법 노점상으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토로한다. 한강 곳곳의 노점상에 손님을 뺏기면서 수입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게 임대료와 세금,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차라리 불법 노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여의나루역 인근 상가에서 텐트 대여점을 운영하는 A씨는 "노점상이 접근성이 좋다보니 그쪽에 손님이 많이 몰리게 된다"며 "한강공원 텐트 대여 중 3분의 2는 불법 노점상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 임대료와 세금, 인건비를 고려하면 불법 노점을 하는 게 더 수익을 내는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차라리 불법 노점상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인 박모(68)씨도 '노점상들의 영업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노점상들이 욕심을 부린 탓에 단속이 더 심해지게 된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돗자리 10개로 시작한 노점상이 나중엔 용달차로 싣고 와서 장사하는 일도 있었다"며 "자기 장사를 위해 서로 사진을 찍어 구청에 민원을 넣기도 하면서 단속이 더 심해졌다"고 귀띔했다.
◆ "노점상 단속 어려워"...몸싸움에 단속 공백 파고든 꼼수까지
영등포구청과 한강사업본부는 불법 노점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점상과 몸싸움 우려 △단속 주체 이원화 △미약한 제재 수준 등이 문제로 꼽힌다.
![]() |
일요일인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의 모습 [사진=노해철 기자] 2019.03.19. sun90@newspim.com |
영등포구청은 지난 9일부터 주말마다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인원 20명 정도를 투입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도로법에 따라 불법 노점을 강제 수거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점상들이 반발하면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3월 초 단속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을 벌인 노점상을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했다"며 "노점상들이 집회를 빙자한 불법 노점 행위를 하고 있지만, 몸싸움 우려로 강제 수거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식 조리를 하는 노점상 단속은 불과 연결돼 있다 보니 더 조심스럽다"고 부연했다.
단속 주체가 구청과 한강사업본부로 이원화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등포구청이 한강공원 밖 도로 등의 노점상을 단속하는 반면, 한강사업본부는 한강공원 내 노점상을 단속한다. 주체에 따라 한강공원 안팎으로 단속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리가 단속을 나가면 공원 위로 올라가고,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면 공원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노점상들이 단속을 피한다"며 "봄 벚꽃축제와 가을 불꽃축제 때 합동 단속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단속을 하면 과태료 7만원을 내고 그냥 장사를 하겠다는 노점상들이 대부분"이라며 "과태료 부과 말고는 불법 행위를 제재할 권한이 없어 어려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