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현재 반도체 시장의 조정이 일시적일 거란 견해가 나왔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와이 도시키(河合利樹) 도쿄일렉트론(TEL) 사장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부진과 미중 무역갈등 등 악재가 있다면서도 "일시적인 조정으로 보고 있으며 심각한 감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와이 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적 흐름엔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빅데이터 활용성이 높아지면서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말에서 내년에 걸쳐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도쿄일렉트론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회사로, 반도체 전공정 제조장치(WEF) 시장에서 2017년 매출 기준 세계 3위였다.
[사진=바이두] |
가와이 사장은 "현재의 조정 국면은 반도체 기업의 수율이 향상되면서 재고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수율은 투입량 대비 완성품의 비율로 반도체 기업의 생산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즉, 기술수준이 높아지면서 재고가 늘어 가격이 하락했을 뿐이란 뜻이다.
이어 그는 서구권의 개인정보 규제 강화, 고성능 서버 도입 등을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시장엔 원래 '실리콘 사이클'이라는 주기가 있다"며 "가격 하락으로 인해 반도체 보급이 진행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역시 불안요소 중 하나다. 그 역시 "중국 반도체 기업이 투자계획을 수정하고 있어 (무역갈등의) 영향이 없다고 잘라말할 순 없다"며 시장 동향을 계속해서 주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와이 사장은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인해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적 흐름이 바뀌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의료 등 각종 서비스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서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해졌다"며 "수퍼사이클이라는 단어가 적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성장 국면이 한층 더 올라갔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규격인 5G를 위한 투자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어지는 것도 반도체 시장에 긍정적이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하기 때문이다.
가와이 사장은 "실리콘 사이클에 따른 조정국면도 이전보다 작아졌고 시장이 확대되는 페이스는 빨라졌다"며 "반도체 시장은 향후 10년 간 배로 성장해 1조달러(약 113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등 세계경제를 크게 변화시킬 리스크를 주의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반도체시장 조정은 장기화되지 않아 올해 후반부터 내년까지 로직 반도체가 시장을 견인하면서 다시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로직 반도체는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로, 연산처리 등에 사용된다.
그는 "당사는 올해 반도체 전공정 제조장치(WFE) 시장의 15~20% 감소를 예상하고 있지만, 회복이 빠르면 실제 하락이 더 적어질 것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조장비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당장의 움직임에 휘둘리지 말고 중장기 시점에서 설비투자를 유지해, 대응속도로 상대에 뒤쳐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걸 실현하는 걸 결국 인재인 만큼 교육이나 사원의 사기를 끌어내기 위한 인적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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