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2시 33분 광주지법 도착...사죄 촉구 시민 목소리에 침묵
법원 안팎 5·18 유족회, 부상자회 등 시민 모여 '시끌'
"전두환 출석 가슴 벅차...사죄한다면 40년 한 풀릴 것"
이순자 여사 '내 남편 민주주의 아버지' 인터뷰 발언 비판하기도
[광주=뉴스핌] 노해철 기자 =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도착한 가운데 법원 안팎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하는 시민들로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으로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11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3.11. sun90@newspim.com |
전 전 대통령은 11일 오후 12시 33분쯤 광주지법 형사8단독(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1996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12·12군사반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과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지 23년 만에 법정에 섰다.
5.18 당시 희생자 유족으로 구성된 5.18유족회 회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으로 출두한 11일 광주지방법원 현관 앞에서 전 전 대통령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3.11. sun90@newspim.com |
법원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은 사죄를 요구하는 시민들 목소리에 침묵한 채 법정을 향했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법원 앞에서 “전두환은 사죄하라”, “전두환을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사전에 전 전 대통령 재판 방청권을 얻지 못한 5·18 유족회 회원들은 법원 현관문 앞에서 39년 전 가족을 잃은 울분을 토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력진압으로 남편을 잃었다는 윤삼례(76)씨는 “전두환이 광주에 왔다고 하니 가슴이 벅차서 말을 하기도 어렵다”며 “사죄라도 한다면 40년 묵은 한이 풀릴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희생자 유족은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남편을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전두환이 민주주의 아버지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 시민단체도 “전두환 광주지방법원 출두환영”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 출정가’를 부르기도 했다.
자신을 5·18 당시 부상자라고 소개한 김행엽(67)씨는 “전두환은 39년 동안 자신의 잘 못에 대한 반성 없이 뻔뻔하게 살고 있다”며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과 마주한 곳에 위치한 광주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은 복도 창문을 열고 손을 뻗어 “전두환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더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학생들에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광주서구을)은 법원 앞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처벌받지 않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앞으로 그가 반드시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광주 명예가 회복되고 시민들의 심정 고통이 조금이나마 위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비난해 고인의 명의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됐다. 조 신부는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이날 재판에선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취지로 쓴 회고록 내용이 허위 사실인지, 전씨가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고의로 썼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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