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브레이크'와 무역 합의 기대감에 북미 낙관론 '솔솔'
여전한 유럽 기피 속 신흥국 行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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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달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과 채권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속에 북미 증시가 조심스러운 반등 조짐을 보였다.
긴축 중단을 시사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협상 진전 기대감이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조금씩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127억달러가 빠져나갔던 북미 주식 시장에서는 2월 중 4억 달러가 순유입되는 반전이 연출됐으며, 신흥국과 아시아 증시도 속도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한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서유럽 증시는 유출 속도가 더욱 가팔라졌다. 유럽은 주요국 중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도 2020년 중반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되면서 투자자들의 레이더망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채권 펀드의 경우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유입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신흥국에서도 9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는 등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 북미는 '봄바람'
북미 시장은 완화기조로 돌아선 연준 덕분에 경기 반등 여지가 크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미국과 중국이 오는 3월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합의안을 준비하는 등 진전 신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점차 ‘사자’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한 주 사이 미국 주식펀드로 91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11주 연속 ‘팔자’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2월 마지막 주 미국 주식펀드로 유입된 유동성은 작년 9월 이후 최대 규모에 달한다.
미국 주식펀드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주가 폭락과 더불어 9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이 유출됐는데, 유동성이 최근 다시 ‘유턴’한 것은 주식시장이 보인 저항력과 정책 리스크 축소가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를 자극했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면전은 일단 한풀 꺾인 모습으로, 웰스 파고 인베스트먼트의 폴 크리스토퍼 글로벌 전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엿보인다”며 “앞으로 주가 방향은 아래보다 위를 향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비슷한 북미 인기가 감지됐는데, 2월 한 달 동안 투자자들은 미국에 상장된 ETF에 220억달러를 투입했고 이 중 대부분은 미국 주식 관련 ETF로 유입됐다. 이는 올 1월 미 증시 펀드에서 250억달러 이상이 유출된 데서 크게 반전된 결과다.
다만 북미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경계론도 존재한다. 뱅가드는 미 증시 주가가 연초 랠리로 적정가치 상단에 근접한 상태라고 지적했고, 기업 수익성 저하에 따라 주가가 하락 압박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 유럽 '한파' 피해 신흥국 行
유럽은 연초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미국보다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과 복잡한 정치 상황으로 인한 반락 가능성이 여전해 투자자들로부터 계속해서 외면을 받고 있다. 반면 신흥국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과 달러 약세 전망, 중앙은행 긴축 브레이크 등 여러 호재들 덕분에 투자 선호 지역으로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특히 유럽 ‘한파’를 피해 신흥국 행을 택하는 월가 트레이더들이 늘고 있으며, 자금 조달 비용과 기대 수익률 측면에서 달러보다 유로 캐리의 승산이 높아 유로화로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이 인기몰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성장 동력인 독일을 필두로 19개 공동 통화존의 실물경기가 아래로 기우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시행 움직임까지 더해져 유럽에서 신흥국으로의 자금 이동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달 중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진행한 펀드매니저 서베이에서는 거래가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으로 신흥국이 꼽혔으며, 다만 거래가 몰리는 만큼 향후 시장이 급락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 JP모간, 씨티, 블루베이 자산운용을 비롯한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몇 주 사이 신흥국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티로우 프라이스그룹은 미중 무역 관련 리스크가 신흥국 증시에 이미 반영됐다면서 연준 금리인상 우려가 줄어든 점 등을 감안하면 신흥국 증시가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 안전자산 인기 지속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데 이어 대차대조표 축소를 조만간 종료할 뜻을 밝힌 만큼 채권 펀드의 자금 유입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모간스탠리는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올해 말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35%까지 낮아질 전망이라면서, 종전 전망치 2.45%에서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국채 가격은 오를 것이란 전망으로, 채권 강세론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말 이탈리아 경제가 기술적인 침체에 접어든 데 이어 유로존 성장 동력으로 통하는 독일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파를 내자 안전자산 매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실물경기와 투자 심리를 압박하며 채권 인기를 끌어 올렸다.
로이터통신이 2월 중순 43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월간 서베이에서 이들의 보유 현금 비중은 7.2%로 직전월%4 시사했다.
응답 펀드매니저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은 이전의 48.5%에서 45.9%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7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채권 비중은 39.3%로 직전월의 39.1%보다 소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