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뉴스핌] 양상현 기자 =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불던 지난 20일 포천시민 20여 명이 직접 만든 붕어빵과 찐빵, 캔커피, 초콜릿 등을 경기 포천시와 강원 철원군 일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받는 군부대 장병들을 격려했다.
포천시민 20여명이 인근 군부대의 혹한기 훈련을 위문격려하기 위해 1700개의 붕어빵을 굽고 있다 [사진=주영옥] |
이날 '혹한기 훈련'은 말이 영하 10도지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되는, 그야말로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군대훈련의 '끝판왕'이었다.
'통일을 준비하는 무료급식원 스티그마'의 주영옥 원장 등 포천시민 23명은 지난 20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육군 6사단 장병들의 혹한기 훈련을 격려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 원장은 "포천 이동면에서 8사단이 이사 가고, 최전방의 6사단이 이사 와서 처음 겪는 혹한기 훈련을 하는 용사들을 위문했다"고 말했다. 인구 15만명에 불과한 포천시에 군장병은 4만5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시민들의 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이날 봉사자 23명은 붕어빵 굽기조 16명과 찐빵조 6명, 캔커피 조 등으로 나뉘어 이른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렸다.
주 원장에 따르면 이날 붕어빵 굽기에 준비된 기계는 군 장병들을 위해 특수제작된 틀로 대당 99만원에 발주해 총 8대가 마련됐다. 특수제작한 이유는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통 붕어빵보다 2배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원 위를 뒹굴며, 얼음이 가득찬 계곡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드는 장병들에게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붕어빵 틀과 굽는 시간 및 인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찐빵'이다. 이 찐빵은 남양주시 두물머리에 다녀오다 주 원장이 발견한 것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빵을 쪄낼 수 있어, 장병 1인당 2~3개씩 지급해 부족했던 붕어빵의 훌륭한 대체재가 됐다는 설명이다.
포천시민은 혹한기 훈련 중인 군장병을 격려하기 위해 올해 총 봉사비 223만원으로 붕어빵 1700개, 찐빵 1680개, 캔커피 1650개 등을 마련했다.[사진=주영옥] |
빵과 함께 달달한 캔커피와 초콜릿도 함께 전달됐다. "5일간이나 산속에서 훈련하며 추위를 이겨내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장병들에게는 달콤한 커피와 초콜릿이 안성맞춤"이라는 것.
혹한기 훈련의 가장 큰 적은 매서운 추위다. 훈련하며 추위를 이겨내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게 목표지만 이 외에 장병들이 취침할 천막과 지휘소 설치도 만만치 않은 고통의 과정이다. 장병들은 언 땅 위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삽과 곡괭이로 천막을 치는 건 예상보다 지난한 과정이라며, 이때 포천시민들의 위문·격려는 정말 반갑고 입이 즐거운 방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날은 포천시민 봉사자 외에도 3명의 소년원 출신 소년들이 함께 봉사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법무부 경기청소년자립생활관 김기헌 생활지도실장은 "갱생의 길을 걷기 위해 새출발을 다짐한 이들이 군장병 봉사에 참가하겠다고 해서 인솔해 왔다"고 말했다.
포천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군장병을 위문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빵을 쪄내고 있다.[사진=주영옥] |
포천시민의 군장병 혹한기 훈련 위문‧격려 봉사는 처음에는 20만원 남짓의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3번째를 맞이하며 날로 그 규모와 봉사인원수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총 봉사비 223만원으로 붕어빵 1700개, 찐빵 1680개, 캔커피 1650개 등을 마련했다.
주 원장은 "영하의 혹한의 날씨에도 자신이 맡고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병역의무를 당당하게 이행하는 젊은 청춘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안보는 든든하다"며 “앞으로 인근 부대 장병들이 병역이행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복무할 수 있도록 포천시민들도 군장병을 위문‧격려하기 위해 내년도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포천시민들이 갓 쪄낸 빵을 포장하고 있다.[사진=주영옥] |
혹한기 훈련은 육·해·공군 전 부대를 막론하고 각 군 특성과 임무에 맞게 짧게는 5일, 길게는 10일간 해안과 내륙지역 침투작전과 함께 대테러 작전, 해상통합사격 등 일상훈련과 동일한 전술훈련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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