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구자기장 감각 규명..."눈이 역할"
경북대 생물교육과 채권석 교수 연구성과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인간이 나침반 없이도 지구의 북쪽을 찾아내는 실험결과가 보고됐다.국내 연구진의 성과다.
경북대 생물교육과 채권석 교수 연구팀은 한경대 김수찬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자기 감각이 존재하며 눈이 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지난 14일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동물들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제6의 감각을 갖고 있다. 철새가 계절에 따라 이동하고 개미가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등 약 50여 종의 동물이 자기장을 느끼고 활용한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자기감각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림1) 인간의 자기감각 유무를 검사하기 위한 실험방법 : 정상적 식사 또는 금식한 정상인 남녀가 개인별로 실험에 참가한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 시청각을 차단한 채로 회전의자에 앉아 돌면서, 동서남북 네 방향 중 무작위로 한 방향으로 설정된 지구자기장의 북쪽(자북) 찾도록 한다. 다양한 빛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으며 눈을 감아서 볼 수 없어도 소량의 빛이 눈으로 투과해서 들어간다. 2019.02.24. [자료=한국연구재단] |
지금까지 인간의 자기감각 연구는 거의 없었다. 1980년대 맨체스터 대학에서의 연구가 주목받았지만 다시 실행했을 때 재현되지 않아 실패로 남았을 뿐이다. 맨체스터 대학 연구는 안대를 한 대학생들이 50km의 버스여행 후 학교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간의 자기감각 능력을 주장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팀의 실험결과, 금식 후 음식을 섭취한 조건에서 남자 피험자가 회전의자에 앉아 돌면서 특수 장비를 통해 동서남북 중 무작위의 방향으로 변경된 자북(지구자기장의 북쪽)의 방향을 잘 찾아냈다. 실험은 시청각에 의존하지 않도록 피험자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실시됐다.
금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식사한 경우에는 남녀 모두 자북을 찾지 못했다. 반면 18시간 금식한 후 초콜릿 과자를 섭취해 혈당이 상승했을 때, 여자와 달리 남자 피험자들이 자북 방향을 잘 가리켰다.
특히 파란색 빛이 있을 때에만 자기감각이 가능했다. 금식한 남자 피험자가 눈을 감고 실험할 때에는 자북 방향을 찾았지만 안대를 써서 두 눈에 들어가는 빛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파란색 빛이 제외되는 특수 안경을 썼을 때는 자북 방향을 찾지 못했다.
(그림2) 파란 빛 의존적인 인간의 자기감각 : 금식한 남자 피험자만 파란색 빛이 주어진 조건에서 초콜릿 과자를 먹는 경우에 자기감각을 나타내었다. 눈이 인간의 자기감각 기관으로 판단되며 다른 생리적 상태에서도 자기감각이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단) 인간의 자기감각을 단순화된 모식도로 표현했다. 2019.02.24 [자료=한국연구재단] |
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의 자기감각이 존재함과 눈이 자기감각 기관임을 규명했다”며 “향후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자기감각과 인간 정신활동의 상호작용을 탐색할 계획”이라고 후속연구 계획을 밝혔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