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하는 성석(김동욱). 집안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찾고 싶은 해주(고성희). 맞선 자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목적을 위해 3년만 결혼하는 ‘척’하기로 계약한다. 하지만 결혼이 다가올수록 방해꾼들은 늘어만 간다. 이 두사람, 괜찮을까.
영화 ‘어쩌다, 결혼’은 결혼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을 이해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나이가 들면 짝을 찾아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전통적 결혼관에서 벗어나 2030세대가 생각하는 솔직한 생각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화두를 던지고 함께 고민하기보단, 공감 가능한 에피소드의 나열 정도에 그친다. 깊이가 없다.
물론 장점도 분명한 영화다. 일례로 로맨스가 없다는 것이 그렇다. 이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간 봐왔던 전개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없던 남녀 주인공이 으르렁대다 결국에 눈이 맞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천편일률적 구조에서 벗어났다. 다만 익숙함이 좋은 관객에게는 어색할 수 있다.
남녀 입장을 정확히 파악해 그려냈다는 점도 좋다. 결혼관은 세대 간에도 차이가 있지만, 성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쩌다, 결혼’은 이 지점을 잘 만졌다. 공동 연출한 박호찬, 박수진 감독이 기획 단계서부터 성석과 해주를 분리한 덕이다. 박호찬 감독이 성석, 박수진 감독이 해주를 맡아 콘셉트, 대사 등을 각각 빌드업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류의 영화들보다 캐릭터 이해의 폭이 깊다.
성석은 ‘신과 함께’(2017, 2018) 시리즈로 ‘쌍천만 배우’에 등극한 김동욱이 열연했다. 전작에서 볼 수 없던 어딘가 어수룩하고 귀여운 매력으로 여심을 흔든다. 해주 역은 고성희가 맡았다. 현재를 고민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그 나이대 여성의 심리를 공감할 수 있게 그려냈다.
카메오를 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김선영을 필두로 김의성, 염정아, 임예진, 조우진, 유승목, 이준혁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특히 정우성, 이정재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정우성, 이정재가 함께 만든 아티스트컴퍼니가 제작에 공동 참여했다. 오는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