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열연…오는 20일 개봉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노랗게 물들인 머리,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어딘가 어색한 말투. 마을에서 오랜 시간 정비공 일을 해왔지만, 그와 친한 이도 그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도 없다. 그저 몇몇 주민에게 ‘지국님’이라 불리는 남자. 배우 박정민(32)이 실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박정민의 신작은 오는 20일 개봉하는 ‘사바하’다. ‘검은 사제들’(2015)의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 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중 박정민은 악을 찾는 나한을 열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건 ‘변산’(2018) 촬영할 때였죠. 2017년 가을인데 진짜 바닥을 기어 다닐 때였어요. 그 정도로 지쳐있었죠. 쉬고 싶어서 처음에는 어떤 작품도 안하려고 했어요. 근데 시나리오를 읽는데 너무 압도적인 거예요. 이걸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한 걸 극장에서 보면 배가 너무 아프겠다 싶을 만큼(웃음) 재밌었죠. 또 이걸 감독님 색깔로 그려나가면 분명히 좋은 영화가 나오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만 촬영장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그의 에너지는 여전히 바닥이었다. 바삐 달려오며 지친 심신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박정민의 말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골골거리며 촬영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돌입하니 기적 아닌 기적이 일어났다.
“이런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으니까 한 신 한 신 만들어지는 게 너무 재밌고 신기한 거예요. 다음 신이 궁금해져서 현장에 가고 싶을 정도였죠. 사실 장르 영화는 기능적인 연기를 필요로 하잖아요. 그래서 제 연기에 의구심이 들곤 하는데 감독님이 붙여놓은 걸 보면서 ‘와, 이렇게 완성되는구나, 이렇게 긴장감이 생기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이런저런 버전을 많이 준비해갔는데 현장에 가니까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감독님 디렉션 따라 정말 신나게 찍었어요.”
그러면서 박정민은 “스토리가 주인 영화이기 때문에 나한이 두드러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그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는 인물, 그러나 나약해 보이는 아이로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퍼런스를 잡은 인물은 없었어요. 단 제 말투는 안쓰려고 했죠. 나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어요. 관객이 생경한 느낌을 받았으면 했죠. 경을 외울 때도 진짜 스님이 아닌 나한처럼 했어요. 리듬을 다 빼고 속삭이듯이. 테이크마다 리듬도 달라졌고 후시 녹음 때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죠. 감정을 몸에 붙이는 작업도 중요했어요. 이 친구는 살인마지만 사이코패스는 아니에요. 그래서 괴로워하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촬영했어요.”
충무로 대세답게 차기작은 이미 정해졌다. 최근 이제훈, 최우식 등과 함께한 ‘사냥의 시간’, 류승범과 찍은 ‘타짜:원 아이드 잭’ 촬영을 마친 그는 ‘시동’ 출연까지 확정지었다.
“이렇게 말하면 오그라들겠지만, 진심으로 현장이 재밌어요.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신나요. 어제(14일)는 ‘타짜3’ 쫑파티를 했는데 오늘 인터뷰가 있으니까 빨리 가려고 했거든요. 근데 이 친구들을 다시 못본다고 생각하니까 집에 못가겠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집에 못가고 사우나 갔다가 차에서 잠깐 자다가 여기 왔어요(웃음). 그래도 좋아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화 한 편을 만나는 과정이 너무 신나죠. 물론 ‘사바하’와 ‘사냥의 시간’도 그랬고 ‘시동’도 그럴 거예요.”
jjy333jjy@newspim.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