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도통신 “美, 북미정상회담서 불가침선언 추진” 보도
전문가 “종전선언, 美 입장서 여러 이유로 부담 느꼈을 것”
“종전선언, 참여국 간 조정‧유엔사·주한미군 존속 부담 많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미 양국이 종전선언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최근 실무협상을 하며 북한이 요구해 온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 선언과 평화선언을 요구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교도통신은 미국‧일본의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종전선언이 아닌 불가침 선언이나 평화협정이 타결될 경우 비핵화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안보 문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한지웅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
◆종전선언 vs 불가침 선언…참여주체, 유엔사‧주한미군 존속 차이 有
종전(終戰)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 "전쟁을 끝내자"고 선언하는 것을 가리킨다. 또 불가침(不可侵) 선언은 국가들 사이에 서로 침략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개념의 차이는 한반도 문제에 두 선언의 의미를 비춰서 볼 때 더욱 선명해진다. 우선 참여 주체에서 차이가 있다.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한다.
지난해 4월 27일 체결된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반면 불가침선언은 북미 양국만 참여한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
◆ 박휘락 “美, 종전선언하면 평화협정까지 해야 하는 부담 느꼈을 것”
일각에서는 "선언 합의 후 유엔군사령부나 주한미군의 존속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유엔군사령부나 주한미군이 존속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종전선언은 유엔사 해체와 연관돼 있어 미국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며 “종전선언은 ‘6.25 전쟁이 끝났다’는 것인데, 그런 이유에서 ‘유엔사를 해체하라’고 한다면 (미국이) 그걸 방어할 논리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이어 “특히 미국은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북한이 유엔사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고 한다고 생각해 더 종전선언을 못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군사제재와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에 따라 만들어진 군사기구다.
때문에 종전선언으로 6.25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공식화하게 되면 유엔사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이 때문에 미국이 부담을 느껴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선언을 타진 중이라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종전선언이 미국 입장에서 부담이지만 그렇다고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아무 것도 내놓지 않을 수는 없으니 부담이 적은 불가침 선언을 제안한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라도 (체제 보장을 원하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그걸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려고 고육지책을 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종전선언과 불가침선언은 북한의 체제 보장을 전제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둘 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미국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 선언으로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대신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미국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제거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노이 = 홍형곤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확정된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델에 있는 산책코스. honghg0920@newspim.com |
박 원장은 ‘종전선언이 역사적 선례가 없고, 이후 평화협정까지 이어져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도 미국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어떤 한 국가가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한 사례는 있어도 두 개 국가가 함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다음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나는 이런 공격을 하지 않을 테니 너도 하지 말라’고 서로 약속하는 평화협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미국은 평화협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불가침선언을 하자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 홍형곤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확정된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델에 있는 산책코스. honghg0920@newspim.com |
◆ “美, 불가침 선언으로 北 체제보장↔비핵화 맞바꾸려는 구상일 수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 후속 협상 진전을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은 평화협정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과 간섭을 최소화한 뒤,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종전 선언은 참여 주체가 너무 많아 오는 27일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기한을 맞추기 어려워 미국이 종전선언 대신 불가침선언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교도통신은 “미국은 당초 6.25 전쟁 종전선언을 검토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전쟁 당사국들과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참여 주체가 많은 종전선언 대신 북미 양자 간에 합의할 수 있는 불가침선언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전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