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까지 부지선정 및 관련절차 완료
용인·이천·구미·청주·천안 물밑경쟁
경제성·사회적 의미 감안 용인·구미 2파전
SK하이닉스는 신중…"예민한 사안"
정부 "빠른 시일내 공사 착공 지원"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20조원 규모의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선정을 두고 용인, 청주, 구미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사활을 걸고 있다. 클러스터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일단 정부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사회적 요건을 감안할 때 용인과 구미의 2파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15일 정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경기도 용인과 이천, 충남 천안,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 5개 지자체가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을 제외하면 수도권 1개 지역, 충청권 2개 지역, 경북에서 1개 지역이 후보로 올라 있는 셈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입지 선정과 클러스터 조성 기획 등을 마무리하고 빠르면 내후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1분기 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확정하는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며 "대규모 기업 투자 프로젝트의 조기 착공을 신속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2.14 leehs@newspim.com |
부지 선정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다음달을 부지 선정 마지막 시한으로 잡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클러스터 선정을 승인하고 발표할 주관부처를 선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내달까지는 부지 선정을 마무리해 빠른 시일내에 공사 착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선정에 지자체와 정부까지 나서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부지 선정이 지역경제 부흥을 의미한다. 지역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최대한 입단속에 나선 모양이다.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은 앞으로 10년 동안 120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 4곳을 증설하고 50여개의 협력업체가 동반 입주해, 일자리 1만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반도체 업종 단일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급으로 한해 수십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선정된 부지에 반도체 생산 라인이 준공되면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탄생하게 된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품목으로, 국가적으로도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탄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당초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계획은 산업부가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처음 소개됐다. 산업부는 이날 발표한 업무보고 내용 중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에서 "향후 10년간 120원의 민간투자를 통해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신규 조성한다"고 밝혔다.
4일 충북 청주 준공식이 열린 SK하이닉스 M15 신규 공장. 2018.10.04. flame@newspim.com |
그러면서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선도 기술개발에 2조원을 투자하고,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및 해외 인수합병(M&A) 신고 의무화 등 기술유출 방지책도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업무보고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키 포인트"라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기본 방향은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대·중소 기업간 최대한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지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부지선정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용인과 구미 두 곳을 꼽을 수 있다. 용인은 수도권과 가까운데다 수출창구인 인천공항과도 멀지 않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고, 구미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자주 언급되는 곳이다. 특히 구미는 철저한 산업도시로,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곳이다.
나머지 3곳 중 이천은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해 있고, 천안은 교통의 요지이긴 하지만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기에 지리적 위치가 애매하다는 점, 청주는 가동 중인 SK하이닉스 공장 인근에 160여개의 협력사가 위치해 입지 조건은 좋지만 이미 수십조원의 투자가 진행됐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당사자인 SK하이닉스 측은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안이 민감한 만큼 자칫 지자체간 갈등만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SK하이닉스 입주 사실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땅이 필요한 상황이고, 정부는 민간자본이 필요했기에 둘 사이에 합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면서 "인력유치라든지 용수, 전력 등 여러가지 인프라 측면을 고려했을때 가급적 기흥, 평택, 이천 등 대부분의 반도체 공장과 협력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경기권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