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요구하는 집단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고 14일 NHK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일본의 민법에선 결혼 당사자를 남성(夫)과 여성(婦)으로 이뤄진 '부부'(夫婦)에 한정하고 있다. 이에 일본에 거주하는 동성 커플 13쌍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건 '법 앞의 평등'을 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다.
원고 측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가가 법률 개정 등을 태만히 했다며 국가배상법에 근거해 1인당 100만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13쌍 가운데 9쌍은 이날 오전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에서 국가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오후에는 남은 4쌍이 나고야(名古屋)와 삿포로(札幌)에서 소송을 제기한다. 일본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요구하는 집단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월 도쿄 시부야구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 '도쿄레인보우프라이드2018'.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이날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나카지마 아이(中島愛·40)씨는 "오늘이 일본에서 동성결혼이 인정되는 첫 걸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카지마 씨는 독일인인 크리스티나 바우만(32)씨와 독일에서 동성결혼을 올린 뒤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
함께 소송에 참여한 아이바 겐지(相場謙治·40)씨는 "전국의 성적 소수자와 원고의 생각이 담긴 소장을 제출했다"며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바씨의 파트너인 고즈미 겐(古積健·45)씨는 "먼 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일본 법무성 민사국 담당자는 이번 제소에 대해 "소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전세계 25개국서 동성결혼 인정…아시아국가는 아직 없어
일본에선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동성커플을 결혼에 상당하는 관계로 인정하는 '파트너십'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 시부야(渋谷)구를 시작으로 오사카(大阪)시, 나하(那覇)시 등 일본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해당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구마모토(熊本)시를 비롯한 복수의 지자체에서도 도입이 예정돼있다.
지자체가 동성커플의 관계를 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들의 사회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함이다. 다만 파트너십 자체엔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남녀 부부와 같은 배우자로서의 권리나 세제 상 우대조치가 보장되지 않는다. 소득세나 주민세의 배우자 공제도 불가능하다.
또 커플 한 쪽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갈 경우, 수술 등 의료행위가 필요해도 파트너십만으로는 수술 동의가 불가능한 병원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원에서는 면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도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인정한 이후, 유럽연합(EU) 가맹국이나 남미를 중심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4년 전에는 미국 연방최고재판소가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했다.
일반사단법인 'Marriage For All Japan'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국가는 25개국에 달한다.
다만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는 동성결혼을 불법행위로 보고 처벌하는 국가도 있다. 아시아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다만 2년 전 대만에서 헌법재판소가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규정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2년 안에 국회에서 동성 결혼을 법제화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진행된 주민투표에선 "민법에서 정한 결혼은 남녀에 한정한다"와 "민법 이외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두 건이 찬성다수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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