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CJ헬로 인수에 부정적인 논리로 흠집
진흙탕 싸움 아닌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우선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여우 한 마리가 탐스럽고 향긋한 포도 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밭을 지나게 되었다.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포도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포도가 어찌나 높이 매달려 있는지 아무리 뛰어도 닿지 않았다. 한참을 뛰락내리락 포도나무와 씨름하던 여우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따 봐야 먹지도 못해."
국내 이동통신업계에서 이 여우와 같은 존재가 등장했다. 자기가 먹지 못하게 된 탐스럽고 향긋한 포도를 다른 이가 먹으려하자 "시다"고 흠집을 내려한다. 2016년 진흙탕 싸움이 2019년에 반복되고 있다.
정광연 산업부 기자 |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이번주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 유료방송 점유율 2위 사업자가 된다. 1위인 KT와 점유율도 30.86%와 24.42%로 크지 않다.
이동통신 3사간 미디어 각축전에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 밀리게 된다. 지난 2016년 인수하려했지만 공정위 반대로 성공하지 못한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여서 SK텔레콤 입장에선 누구보다 더 씁쓸할만하다.
그렇지만 이번 인수가 CJ헬로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CJ헬로 케이블 가입자가 LG유플러스 IPTV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는 SK텔레콤은 우화 속 여우를 연상시킨다.
2016년에는 KT와 LG유플러스 그랬다.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면 독과점으로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고 엄포를 놨다. 양사가 손을 잡고 SK텔레콤을 비난하는 보고서를 만들었고 반대 여론 형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수합병은 가장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영 전략이다. 그런데 이동통신시장에서는 인수합병 이야기만 나와도 서로를 견제하고 흠집을 찾기 바쁘다. 시간이 지나고 시장이 바뀌어도 서로 이전투구하는 모양새는 여전하다.
2016년에 두 회사가 했던 것에 비하면 SK텔레콤의 행위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신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진흙탕 싸움이 재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료방송업계 내 지각 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KT는 합산규제 재도입이라는 독점 규제로 인해 추가적인 세력 확대에 걸림돌이 크다.
이에 업계 시선은 다시 SK텔레콤에 쏠린다. LG유플러스처럼 다른 사업자와의 인수합병에 성공할지 아니면 미디어 강화를 위한 또다른 카드를 꺼내들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결국 이통사들에게 필요한 건 필요한 건 타사를 견제하는 게 아니라 자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전투구가 아닌 건전한 발전을 위한 논쟁과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