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남극 중앙해령 탐사서 첫 발견
신규 맨틀의 존재 확인…기존학설 뒤집어
전지구적 맨틀 순환·진화 과정 한 발짝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남극권에서는 대규모의 맨틀 하강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지구적 맨틀 대류의 표준 모델이었다. 그러나 ‘질란디아-남극 맨틀’ 발견으로 남극권에서도 맨틀이 하부에서 지속적이고도 대규모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구 지각과 핵 사이 부분인 ‘맨틀’의 새로운 퍼즐이 남극 바다에서 발견됐다. 극지연구소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남극해에 위치한 ‘호주-남극 중앙해령’을 탐사·연구한 결과, 전지구적 맨틀 순환과 진화 과정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의 ‘질란디아-남극 맨틀’이 첫 확인됐다.
28일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박숭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충남대, 미국 하버드 대학, 와이오밍 대학, 우즈홀 해양연구소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남극권의 신규 맨틀 존재를 확인했다.
질란디아-남극 맨틀 분포도 [출처=극지연구소] |
맨틀은 지구의 단면을 세 부분으로 나눠 지각과 핵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지구 체적의 84%를 차지하는 등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맨틀은 고체이나 지구 내부의 열 방출로 인해 끊임없이 대류하고 있다. 맨틀의 움직임은 대륙의 이동, 지각의 생성과 소멸을 일으키며 지구의 기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남극-뉴질랜드-호주 동편 영역 아래에 분포한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발견은 상부 맨틀이 태평양형과 인도양형으로 구분됐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는 두 맨틀이 호주와 남극 사이에 위치한 호주-남극 부정합(Auatralian-Antarctic Discordance) 아래에 맞닿아 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경우다.
태평양형 맨틀이 호주-남극 부정합 아래에 인도양형 맨틀과 접하면서 인도양을 향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30년 동안 통용된 학설이었다. 그러나 극지연구소의 연구결과, 태평양형과 인도양형 맨틀 사이에는 이 두 맨틀과 기원이 다른 ‘질란디아-남극 맨틀’이 존재하고 있다.
남극대륙의 발달과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역할=연구지역의 지구조적 진화. 남극-호주-뉴질랜드는 하나 (곤드와나 대륙)로 뭉쳐 있다가 쪼개지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균열의 원인은 남극 대륙 하부 맨틀에서 올라온 맨틀 플룸인 것으로 판단되며, 이 맨틀 플룸이 질란디아-남극 맨틀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Earth Science Review 113 (2012) 212-270) [출처=극지연구소] |
호주-남극 부정합도 더 이상 태평양형과 인도양형 맨틀의 경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다. 인도양형 맨틀과 경계를 이룬 맨틀은 태평양형 맨틀이 아니라 ‘질란디아-남극 맨틀’이라는 게 극지연구소의 설명이다.
극지연구소 측은 “질란디아-남극 맨틀은 원래 곤드와나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하나의 대륙을 구성하고 있었던 호주, 뉴질랜드, 남극 대륙을 쪼개고 분리시킨 하부 맨틀의 상승 작용(맨틀 플룸)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맨틀 플룸은 약 9000만 년 전 하부 맨틀로부터 상승해 곤드와나 대륙 아래에 도달, 대륙의 균열을 일으킨 후 남극대륙 아래에서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표 가까이 상승한 맨틀은 북쪽 뉴질랜드를 향해 흘러 호주-남극 중앙해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박숭현 책임연구원은 “신규 맨틀의 발견으로 전 세계 과학계에서 30년 동안 통용되던 맨틀 타입에 대한 학설은 물론 더 나아가 표준적인 지구의 맨틀 대류 모델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전지구적 맨틀 순환과 진화 과정을 더 정확히 규명하기 위한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란디아-남극 맨틀’로 명명된 새로운 타입의 맨틀은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 2월 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곤드와나 대륙의 균열, 질란디아-남극 맨틀의 형성 모델 [출처=극지연구소] |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