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구촌 경제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에 질식할 위기라는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주요국의 정부 및 민간 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른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기록적으로 늘어난 빚과 경기 한파가 맞물려 충격을 일으킬 수 있지만 잠재 리스크에 무방비 상태인 데다 과거 아시아 및 남미 신흥국과 유럽 주변국에 국한됐던 부채 위기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중심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계 수위의 부채는 실물경기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 지출 둔화와 미국 기업의 투자 감축 등 후폭풍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상황이다.
23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66조달러로, GDP의 80%에 달했다. 이는 미국 금융위기 수면 위로 부상했던 2007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미국의 빚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공공 부채가 2007년 15조200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21조9000억달러로 44% 급증했다.
미국의 총부채 규모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영국의 부채 총액의 약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공공 및 민간 부채 규모는 244조달러로 GDP의 318%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지난 수년간 경기 호황기에 부채를 줄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렸고, 급격한 성장 둔화 및 중앙은행의 양적긴축(QT)와 맞물려 이에 따른 화근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민간 소비는 8.2% 증가해 1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부양책에도 수요가 위축된 것은 부채 후폭풍이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53.2%로 5년 전 36%에서 가파르게 뛰었다. 최근 6년간 가처분 소득이 연평균 10% 늘어난 반면 부채 상승 폭은 20%로 두 배에 달했다.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전세계 최대 규모인 15조6000억달러의 미 국채시장의 ‘큰손’이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에서 민간 투자자로 바뀌고 있고, 이는 경기 악화 시 국채 발행 금리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최근 수년간 공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국가를 중심으로 기업 디폴트 리스크가 상승하는 한편 투자가 위축, 침체 위기를 부추길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경기 둔화에 기업 신용 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며 “지난 2001~2002년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강타했던 부채위기가 주요국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은 아프리카도 마찬가지. 이툴리 은쿠베 짐바브웨 재무장관은 22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아프리카 국가 3분의 1의 부채 수준이 영속 불가능한 상태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국가는 대규모 외자를 끌어들여 인프라 투자를 벌였다”며 “이제 최빈국을 중심으로 채무조정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피치는 이번 보고서에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가 상당수에 이른다”며 “부채 급증과 함께 신용의 질적 저하는 잠재 리스크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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