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조작 및 허위 문서 작성해 법원에 증거 제출 혐의
법원 “거짓 증거로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 겪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이른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에 가담해 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이모 전 대공수사국장과 최모 전 대공수사부국장이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공문서변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국장과 최 전 부국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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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실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내용의 허위 영사 확인서를 작성해 검찰과 법원에 제출해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행위로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이 훼손되고, 국정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훼손돼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 전 국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공문서 변조 혐의에 대해서 문제된 부분을 삭제한 후 단순히 문구 위치를 변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항변해왔으나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정보원의 내부 문서를 외부로 유출할 경우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면 보안성 검토를 통해 문서를 수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면서도 “이 사건은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기밀유지 필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실 자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본문을 오려 붙여 처음부터 기재되지 않은 것처럼 문서를 만들었다”이라며 “처음부터 기재돼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문서의 새로운 증명력을 만들어낸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의 증거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1차 조사 자료의 발견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 제출하지 않고 2차 조사 자료만을 제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2차 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보인다”면서도 “2차 조사가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어서 1차 조사 자료를 실질적으로 은폐하려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증거 발견을 곤란하게 할 행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간첩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최 전 부국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적법한 증거를 취득할 막중한 책무가 있으나 무리하게 유죄를 받아내고자 부하 직원을 동원하고 위조 증거를 제출해 법원과 국민을 기망했다”며 이 전 국장과 최 전 부국장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국장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씨의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에 대한 영사 사실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증거로 제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이 전 국장은 2014년 3월 검찰 수사팀이 요구한 주요 증거자료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켜 제출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른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13년 국정원이 서울시청에 근무하던 중국 국적의 새터민 유 씨가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전달하는 등 간첩 활동을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이 유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구금하는 등 강압 조사를 벌이고, 관련 증거들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조작 논란이 일었다. 유 씨는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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