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고민 깊어, 이르면 1월말 출시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NH투자증권의 외화 발행어음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금리 책정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이슈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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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외화 발행어음을 이르면 이달 말 혹은 2월 출시할 예정이다. 애초 이달 초 출시할 것이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1월 초라고 정확히 못을 박아서 출시하겠다고 한 건 아니었다”며 “서두르지 않고 철저히 준비해서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 발행어음은 초대형IB 증권사가 외화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조달해 조달자금의 50% 이상을 외화 기업금융관련자산으로 운용하고 투자자에게는 사전 약정된 금리를 제공하는 외화 금융상품이다.
외화 발행어음이 허용됨에 따라 개인과 기업은 외화 보유자금을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를 지급하는 외화 발행어음에 투자할 수 있고, 증권사는 외화 발행어음 조달자금을 외화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NH투자증권의 외화 발행어음 출시가 늦춰지는 이유에 대해 ‘금리 설정 고민’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외화 발행어음 유일한 경쟁자는 한국투자증권인데, 한투는 지난해 12월 연 최고 3.5%로 설정한 달러화 발행어음을 출시한 바 있다. 이 금리는 원화표시 발행어음보다도 최고 1%나 높다. 높은 금리 설정 때문인지, 한국투자증권의 달러화 발행어음은 출시 10일 만에 350억원 가량 판매되며 히트를 쳤다. 현재 NH투자증권도 한국투자증권과 비슷한 연 최고 3.5%대 이상의 금리 설정을 고심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의 경우 증권사 운용역량에 맞는 금리를 설정해야 하는데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설정하면 리스크(위험) 부담이 클 수 있고, 너무 낮으면 상품적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NH투자증권도 이 고민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이슈가 불거지면서 발행어음 출시를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에서 발행어음 자금운용에 대해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철저하게 점검을 한 뒤 출시하겠다는 것.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SK실트론 주식매입을 위해 SPC(특수목적회사)에 발행어음 자금을 빌려줬는데, 금융당국은 해당 자금이 사실상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애당초 금리나 외형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금리 경쟁에서 밀리면 상품 출시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KB증권도 곧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어서 내부적으로 상품성이나 금리 설정, 자금운용 방식 등을 보다 면밀하게 살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