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이어 전날 회의서도 결론 못내
사안 복잡...조치안 설명·한투 측 소명시간 길어
발행어음 관련 첫 제재란 점도 영향...업계 초미 관심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금융당국이 단기금융업무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제재를 또 다시 미뤘다. 지난달 20일 이후 두번째다.
금융회사 검사결과를 두고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추가 심의를 이유로 두 차례나 연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때문에 업계는 물론 시장 안팎에서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은 올해 첫 제재심을 소집해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기관경고, 임원해임 경고,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 안건을 심의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된 회의는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당초 제재심은 이날 중 제재 여부를 가능한 한 결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사안이 복잡하고 의견진술 범위도 광범위해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투자증권의 일부 발행어음 조달자금이 특수목적회사(SC)의 총수익스와프(RTS) 대출에 사용됐는지 여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대출했다. 앞서 키스아이비제십육차는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 ‘보고에스에이치피’와 SK실트론 지분 29%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상태였다.
금감원은 이 회사가 SK실트론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서 SK실트론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것을 문제삼았다. 기업금융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최 회장 개인에게 흘러들어갔다는 논리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한투 측은 SPC가 최 회장과 TRS 계약을 맺으면서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 만큼 회사가 내준 자금을 받은 주체 역시 개인이 아닌 법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0일 첫 제재심과 전날 두 번째 제재심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결국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제재심의위원들 역시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사안의 복잡성 외에도 초대형IB 도입 후 발행어음 관련 이슈가 제재 안건으로 올라온 것이 처음인데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첫 발행어음 사업자라는 점 또한 사안에 신중함을 더하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관행처럼 이뤄지던 유동화사채 거래에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 상태”라며 “금감원 조치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상당 기간 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대심제로 진행되는 회의 방식도 이전보다 의사 결정 과정이 길어지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부터 제재심에서 모든 진술 안건에 대해 대심방식 심의를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경징계 사안은 소회의에서 수시로 심의·의결하되 중징계 등 중요안건에 대해선 이전보다 구술심의를 확대하고, 제대대상자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등 보다 심도 있는 심의 여건 마련에 공을 들인 바 있다.
다만 이런 상황과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한국투자증권의 중징계 여부는 늦어도 이달 안에는 결론날 것으로 관측된다. 제재심 대회의는 기본적으로 월 2회 진행되지만 심의안건 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당장 1월중 예정된 제재심 또한 10일 첫 회의 외에 오는 15일과 24일 등 두 번이 더 남았다.
금감원 안팎에서도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는 예측이 높다. 앞서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주요 쟁점 및 금감원의 조치 의도, 한투 측 반론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이뤄진 만큼 이르면 15일 회의에서 징계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어 최종 결론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논의가 길어지면서 추후 재심의하기로 결정됐다”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낸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