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없었다” 양승태, 작년 6월 이후 ‘두문불출’
檢 소환통보일 출석하면 225일 만 대중에 모습 드러내
검찰 조사서 ‘모르쇠’ 쉽지 않을 듯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 동안 행방이 묘연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으로 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낼지 관심이 주목된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오는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소환 일정은 검찰이 소환 계획을 공개한 지난 4일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에 통보된 상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 출석과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출석을 미룰 명분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측 방어권 보장을 위해 이미 소환 전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뒀다는 입장인 데다 그의 혐의와 관련된 핵심 증거들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양 전 대법원장도 구체적인 방어전략을 짜기 위해선 소환에 응해 검찰 측 전략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소환일에 검찰에 출석하면 225일 만에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문건 공개 직후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지난해 6월 1일 그의 경기도 성남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입장표명 이후 현재까지 두문불출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부당하게 재판에 간섭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며 “관련 문건들을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같은 주장이 무색하게 6월 중순부터 본격 시작된 수사를 통해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한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는 진술과 증거들을 차곡차곡 확보한 상태다.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과 인사 불이익 조치 실행, 헌법재판소 압박, 법원 공보관실 예산 유용 등 정황도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7개월 전과 같이 ‘모르쇠’ 입장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검찰이 확보한 문건 가운데는 양 전 대법원장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자료 등도 포함돼 있어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전면 부인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일부 혐의사실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죄가 되지 않는다거나 통상적인 업무 범위 내 지시 또는 승인이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 수사를 받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이같은 전략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 보고를 받았어도 기억이 없다거나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고 실질적인 업무를 하급자에게 맡겨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사찰' 관련,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남재준 국정원장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을 재판 내내 고수했다.
관건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법무법인 김앤장 측 변호인과 직접 접촉해 소송 전략을 논의하고 이와 관련된 지시를 내렸다는 정황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핵심 의혹에 대해 사법부 수장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면서 “검찰이 어떤 진술과 증거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제시하는지에 따라 그의 입장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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