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1일 양 전 대법원장 피의자 소환
법조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불구속기소할 것”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검찰이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오는 11일 소환하기로 하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농단 수사가 종결 수순을 밟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관련자에 대해 불구속기소 선에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사법농단 수사가 사법농단 핵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하는데 그친데다,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지목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수사팀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하기로 하고, 관련 준비에 들어갔다.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이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 종결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속된 임종헌 전 차장 외에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관련 피의자에 대해 일괄 불구속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범으로 적시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불구속기소할 것”이라며 “소환 시간도 양 전 대법원장 측과 조율된 것으로, 조사 시간 역시 밤늦게까지 안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수사에 착수, 사법농단 전반에 걸쳐 수사를 진행해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재판 개입 등 의혹 문건이 공개되면서, 전현직 법관들이 무더기 조사를 받아왔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6년 9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해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사법농단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이 숱하게 기각하는 과정에서도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궁으로 빠질 우려 속에 사법농단 핵심이 구속된 만큼, 수사는 속도가 나는 듯 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동안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법관 인사 불이익 외에도 각종 재판 개입, 사법부 위상 강화를 위한 법관 비리 축소 및 은폐, 법원 예산 유용 등 광범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윗선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하고도 구속에 실패했다.
당초 검찰은 두 전 대법관을 임 전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연결고리로 보고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과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냉각기로 접어든 검찰은 최근 김용덕·차한성 전 대법관을 소환 조사하며 양 전 대법원장 소환에 대비하는 보강수사에 주력했다. 두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탓에 이들과 양 전 대법원장과의 혐의 연결고리를 입증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 한차례 조사 뒤, 관련 수사가 모두 종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사법농단’에 대해 “사법부의 민낯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사법개혁을 가속하기로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중요사건 등에 총력을 기울인 검찰에 민생수사를 당부한 바 있다. 사법농단 수사에 집중된 수사력을 올해 민생 사건 등에 맞춰 재배치할 것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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