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내년에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와 물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통화 가치가 급락하지 않는 한 이들의 금리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만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같은 날 금리를 동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NZ의 아이린 청 아시아 전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아시아에서의 긴축 압박은 훨씬 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지폐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올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잇따라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 이유가 컸다. 올 들어 연준은 4차례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각각 5, 6차례 금리를 올려 총 각각 175bp(1bp=0.01%포인트)를 인상했다. 인도는 금리를 두 차례 올려 총 50bp를 띄었다. 지난 20일 태국 중앙은행은 7년 만에 금리를 올렸지만, 당분간은 추가 인상 계획이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월 1차례의 금리 인상에 나섰으며, 한국은 지난달 올해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다.
연준의 통화 정책 전망은 아시아 국가의 통화 가치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다. 연준이 지난 19일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 내년 금리 인상 전망 횟수를 기존 3차례에서 2차례로 하향하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인도 통화 등 대한 하락 압박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중앙은행은 올해 자금 유출과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뿐 아니라 부진한 경제 전망도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유인을 떨어뜨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아시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5.6%에서 5.4%로 하향했다. IMF의 창용 리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내년 1월 IMF의 차기 검토에서 추가 하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 둔화가 아시아 성장률 둔화 전망의 주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휴전이 결렬돼 내년 양국 사이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대중 무역과 중국 투자에 의존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성장률이 하락하면 물가는 오르기 힘들다. 지난 6~7월 아시아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국제 유가가 지난 10월까지 올해 들어 약 40% 뛰었음에도 아시아의 물가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 현재 유가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 작년보다 더 떨어진 상태다. HSBC의 페드릭 뉴먼 아시아 경제 조사 부문 공동 책임자는 "올해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의 인플레이션은 놀랄만큼 억제됐다"며 "통화 약세와 잠시 급등한 유가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이어 "중앙은행들은 추가 긴축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완화적인 정책을 구사해야할 수도 있다"며 "중국의 그 예가 될 수 있다. 과도한 환율 변동 위험이 사라지면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을) 뒤따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투자자는 이미 내년 아시아에서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지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난 2~3개월간 아시아 채권으로 복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필립 와이어트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세 둔화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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