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와 워싱턴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을 향해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연준이 나라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경고다.
금융시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며 패닉을 연출하고 있지만 연준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네 번째 금리인상과 함께 내년 두 차례의 추가 긴축을 예고했다. 시장의 공포와 달리 경제 지표는 펀더멘털의 호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백악관 역시 연준을 향한 눈초리가 따갑다. 전날 통화정책 결정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0년 재선에 파월 의장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주장마저 고개를 들었다.
20일(현지시각) 월가의 투자자들은 이른바 ‘연준 풋’이 작동을 멈췄다는 데 의견을 모은 한편 내년 경기 한파와 함께 주식과 채권의 동반 하락을 경고했다.
전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본격적인 양적긴축(QT)을 의미하는 것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종료 및 중국의 유동성 위축, 여기에 미국의 기록적인 국채 발행이 맞물리며 자산시장에 구축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헤지펀드 업체 아폴로 매니짐너트의 데이비드 테퍼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킬 때 구조대를 자처했던 연준이 더 이상 시장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며 “9월 상승을 마지막으로 주식시장이 추세적으로 꺾였고, 보유 물량을 팔아치우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긴축 예고와 함께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아문디 애셋 매니지먼트의 마일스 브래드쇼 글로벌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폭에 대해 논의가 없었던 것은 커다란 실망”이라고 말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트윗을 통해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대차대조표 축소의 속도 조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연준이 더 이상 금융시장의 버팀목이 아니라는 새로운 현실 이외에 투자자들은 정책 실수 리스크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책자들이 경제 지표가 본격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확인한 뒤 통화정책 기조 수정에 나섰다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를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럼을 통해 정책자들이 경제 지표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금융시장이 과거 수 차례에 걸쳐 경기 침체를 정확히 예측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경기 둔화를 외면한 긴축이 2020년 경기 침체 위험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파월 의장이 2020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스캔들보다 심각한 복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투자 매체 포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활을 건 경제 성장과 고용 호조에 연준이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주가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장 후반 다우존스 지수가 6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며 14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고, 나스닥 지수는 2% 가까이 하락하며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S&P500 지수 역시 장중 1.6%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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