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런던 두 번째 규모의 국제 공항인 개트윅 공항이 아수라장이 됐다.
불법 드론이 날아들면서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고, 11만명 이상의 여행객의 발이 묶인 것. 연말 성수기와 맞물린 뜻밖의 상황에 영국 하늘길이 마비됐다.
개트윅 공항의 발 묶인 여행객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드론이 캐트윅 공항에서 처음 포착된 것은 19일 밤이었고, 이날 오전까지 드론이 날아 들었다.
경찰은 물론이고 군력까지 동원, 드론의 정체를 파악하는 등 비상 사태가 벌어졌고 100여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됐다.
런던 현지 경찰은 테러 세력이 드론의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한편 아마추어가 제작한 것이라기보다 산업용 드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항 경찰관 저스틴 부텐쇼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드론 사건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공항 운영에 혼선을 일으키기 위해 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개트윅 공항에 착륙하려던 일부 항공편은 다른 공항으로 노선을 수정했고, 이 때문에 수 만 명에 달하는 여행객들이 커다란 불편을 겪었다.
발이 묶인 채 벤치와 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 이들과 항공편 일정을 확인하거나 여행 계획을 수정하려는 이들이 뒤엉키면서 공항 내부는 북새통을 이뤘다.
개트윅 공항의 발 묶인 여행객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멕시코에서 드론과 보잉737 항공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또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진 것은 상업용 항공편 운행의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레이저와 센서 등 하늘길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영국 항공 승무원 협회의 롭 헌터 회장은 WSJ과 인터뷰에서 “배터리나 플라스틱과 같은 작은 물체가 항공기 엔진이나 유리에 부딪히더라도 커다란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들뜬 기분으로 집을 나섰던 여행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한 커플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캐리비언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려고 했는데 다섯 시간 이상 공항에 묶였다”고 말했다.
한 여행객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경찰은 항공기 이착륙을 방해하는 비행 물체를 모조리 총으로 날려 버려야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이지제트가 개트윅 공항의 모든 항공편 운항을 취소하기로 결정하는 등 혼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