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뒷심 부족, 기술주 기피·유가 급락"
"'성장 둔화·미중 분쟁 장기화' 우려에 자신감↓"
"IB들, 신흥국 기대..브라질 등 남미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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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지난달 글로벌 증시(MSCI 전세계지수 기준)는 1.3% 상승하며 10월의 급락세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MSCI 신흥시장지수가 4.1% 상승하는 등 신흥국이 강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전쟁 휴전 기대감이 위험선호 심리를 일부 되살렸다. 신흥국 증시의 지난달 월간 성과는 지난 1월 이후 최고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신흥국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지난달 글로벌 증시 움직임은 월말로 가며 오름폭이 완만히 축소되는 등 '뒷심'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주 기피 현상이 여전했고 국제 유가가 급락세를 이어간 탓이다. 뉴욕 증시 시가총액 대장주인 애플이 사상 최악의 한 달을 보낸 가운데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나타냈다.
선진국 증시의 성과를 비교해봐도 지난달 오름세가 건강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S&P500지수가 1.8% 오르는 등 미국 증시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고,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약 1% 하락하는 등 유럽 증시는 떨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안을 놓고 소동이 일었고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이탈리아와 EU의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제네랄리 인베스트먼츠 파트너스의 세드릭 배런 멀티 애셋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반등 뒤에 11월 증시가 또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성장 우려가 여전했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한 몫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美, '경제 둔화·미중 분쟁 장기화' 우려에 자신감↓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내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작년과 올해 글로벌 증시를 들어올린 세계 경제가 침체까지는 아니어도, 성장세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비둘기'로 돌변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태도를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중단하고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고해도 마찰 지점이 워낙 고질적인 만큼 양국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때문에 월가의 미국 증시에 대한 내년도 낙관론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기업 실적이 미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은 해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증가세 둔화가 불가피해도 실적의 '절대' 규모는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지난 1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실시한 설문에서도 이같은 견해가 뚜렷히 읽혔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8일까지 2주간 전략가 4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 대표주가지수인 S&P500지수의 내년 말 종가는 2975포인트(중간값)로 예상됐다. 지난달 말 종가 2760.17포인트에서 7.8% 밖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올해 말은 2800포인트로 1.4% 상승이 전망됐다.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본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BNY 멜론 웰스 매니지먼트의 레오 그로호우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조사에서 3100포인트였던 내년 말 S&P500지수 목표치를 3000포인트로 낮췄다는 점을 언급, 양국의 무역전쟁이 확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전략가 대부분은 최근 10년간 이어온 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최소 1년은 더 계속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기업 순익 성장세가 미국 증시에 지지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내년 S&P500지수 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8.4%가 예상된다. 올해 3분기 28%에서 하락한 수치지만, 순익 성장은 지속할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웰스파고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는 "순익 증가세가 정점을 쳤지만, 내년에도 순익의 절대적 수준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견고한 매출 성장세가 지속가능한 속도로 이어지며 순이익을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최근 급락으로 증시 밸류에이션(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저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현재 S&500지수의 주가수익배율(향후 12개월 순이익 예상 기준)은 16배로, 3개월 전 17배보다 낮으며 장기 평균 15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 "신흥국 기대..브라질 등 남미에 시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에도 신흥국 증시에 대해서는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 들어 MSCI 신흥시장지수가 13.5% 하락하는 등 밸류에이션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크게 하락한 데다, 중국 정부의 재정 완화 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 중단에 따른 미국 달러화 약세를 예상해서다.
모간스탠리와 JP모간체이스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올해 처참한 성과를 냈던 신흥국 증시가 내년에는 '날개'를 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브라질 등 남미 증시에 시선이 쏠렸다. 로이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질의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내년 말 10만7500포인트로, 지난달 말 종가보다 20%나 뛸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에 들어서는 새 행정부가 친(親)시장친화적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같은 낙관론 속에서도 일부 전문가는 경계심을 유지했다. 노스케이프캐피털의 로스 마케론 일본 지점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 양국 관계의 악화는 구조적이며 2019년에도 미중 무역분쟁은 신흥시장의 '화약고'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JP모간 전략가들도 미중 무역갈등을 신흥국 증시의 '와일드카드'로 봤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