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개인명의 담화 발표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은 16일 대북제재와 인권비판의 고삐를 죄는 미국에게 불만을 표출하며 "비핵화를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이날 개인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악랄한 대(對)조선(북한) 적대행위들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연함과 격분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담화는 "싱가포르 조미(북미)수뇌회담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의 고위 정객들은 매일과 같이 우리를 악의에 차서 헐뜯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미 국무성과 재무성은 자금 세척이요, 선박 간 환적을 통한 비법거래요, 사이버 공격이요 하는 별의별 구실을 다 꾸며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 제3국의 회사와 개인 선박들에 무려 8차에 달하는 반(反)공화국 제재조치를 취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한 "최근에는 있지도 않은 인권문제까지 거들면서 주권국가인 우리 공화국 정부의 책임간부들을 저들의 단독제재 대상 명단에 추가하는 도발적 망동까지 서슴지 않는 등 반공화국 인권모략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화는 "지금 국제사회는 우리가 주동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을 적극 환영하면서 미국이 이에 상응하게 화답해 나올 것을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미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로 이러한 때에 미 국무성이 대통령의 말과는 다르게 조미관계를 불과 불이 오가던 지난해의 원점상태로 되돌려 세워보려고 기를 쓰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담화는 '대북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쌓이고 쌓인 조미사이의 대립과 불신, 적대관계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위협과 공갈, 압박이 문제 해결의 방도로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며 "그러한 적대행위가 불러올 정세악화가 조선반도(한반도)는 물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도 유익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미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담화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과 북미 사이에 부족한 신뢰를 언급하며 "미 국무성을 비롯한 미 행정부 내의 고위정객들이 신뢰 조성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과 인권소동의 도수를 전례 없이 높이는 것으로 우리가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타산했다면 그 보다 더 큰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담화는 끝으로 "충고하건대 미국은 최대의 압박이 우리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을 이제라도 깨닫고 싱가포르 조미공동성명 이행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을 독자 제재대상 명단에 추가한 것에 북한이 공식 입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핵협상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고,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를 최대화하면서 대화를 추동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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