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폴리실리콘 가격...1년 새 '반토막'
지난달 中 태양광 정책 발표로 분위기 반전...가격 반등 '기대'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OCI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계속 떨어지기만 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최근 3주째 보합세를 보인데 이어 반등 가능성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전지의 기초 원료로,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린다.
폴리실리콘 [사진제공=OCI] |
13일 태양광 정보 사이트 PV인사이트 따르면, 12월 둘째 주(12일 기준) 고순도(9N) 폴리실리콘 평균 가격은 ㎏당 9.53달러로 3주째 변동이 없는 상태다. 지난 8월 셋째 주 이후 1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마침내 안정권에 접어든 것이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지난 1월 첫째 주(3일) ㎏당 17.83달러였던 가격이 2월엔 16달러선, 3월엔 14달러선으로 눈에 띄게 하락하더니 불과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1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급락하는 폴리실리콘 가격 탓에 OCI는 지난 3분기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당 14~1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해당 기간 폴리실리콘 가격이 10~11달러 수준으로 이를 한참 하회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OCI는 3분기 폴리실리콘 판매량 및 가격 하락으로 인한 베이직케미칼부문의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한 영업이익 156억원을 기록했다. 베이직케미칼부문은 영업손실 59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폴리실리콘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15% 줄었으며 가격은 2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역시 76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들었다.
당시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 조정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시현했다"며 "폴리실리콘 가동률 하락 및 베이직케미칼 부문 재고평가손 발생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OCI는 시황 악화 및 전기료 부담 등으로 국내 가동률을 60% 초반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정부의 태양광 정책 변경에 따른 수요 감소다. 중국 국가에너지관리국은 지난 5월30일 △신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중단 △태양광 발전차액지원(FIT) 보조금 축소 △분산형 태양광 발전 설치 10GW 제한 등이 담긴 태양광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감소하며, 폴리실리콘 수요도 함께 줄어들게 됐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의 수요가 급감하니 제품 가격 하락도 불가피했다. 특히 OCI는 고객사인 잉곳·웨이퍼 업체가 중국에 많아 피해가 컸다. 전체 폴리실리콘 물량 중 중국 수출 비중이 80~90%에 달하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정부가 과열되고 있는 태양광 산업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당국이 기존 입장과 상반된 태양광 정책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됐다. 중국 에너지부는 정부 주관 컨퍼런스에서 오는 2020년 말 태양광 설치 목표를 270GW로 상향하고 2022년까지 태양광산업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년도 태양광 정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업계는 이를 중국이 내년 태양광 설치 허가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 설치량이 회복될 거란 기대가 퍼지면서 폴리실리콘을 포함한 태양광 제품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2019년 글로벌 수요가 40% 가까이 증가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보조금 삭감 조치 이후 얼어붙었던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했다"며 "2019년 수요 전망도 밝다. 태양광 시황 회복으로 점진적인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세가 멈춰 다행"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원가 절감에 매진해 어려운 시장 환경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