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해야"
대북 압박 약화 우려도…틸러슨 전 장관 "최대 압박 옳은 접근"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조지 부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한 미국대사 직을 역임한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대북제재 내성'을 언급하며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 필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13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스티븐스 전 대사는 "북한이 제재를 견디지 못해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는 주장이 과연 맞는 분석인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북한 지도층은 중국 등과 사업 파트너를 맺으며 제재를 통해 보다 획기적인 사업을 구상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대북제재는 생각만큼 북한 지도부에 직격탄이 되기 어렵다"며 "물론 시간이 지나면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명과 미국과의 핵협상 장으로 나온 것은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제재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반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북제재 효과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정론(定論)으로 내세우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캐슬리 스티븐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VOA 영상 캡쳐] |
스티븐스 전 대사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다만 이런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먼저 보상을 제공할 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 지에 대한 논의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지만, 사실 북한과 다뤄야 할 문제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무수하다"며 "미국과 북한이 마주 앉아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준비가 됐는지 등을 논의하고 단계적인 조치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내년 1월말~2월초로 점쳐지고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관련 사안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려면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렉스 틸러슨(가운데) 전 미국 국무장관.[사진=뉴스핌 DB] |
한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국무장관을 지냈던 렉스 틸러슨 전 장관은 미국 정부가 대북 압박 정책의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지난 11일 미 서부 텍사스주 댈러스시민연맹에서 개최된 한 행사에서 "바라던 바를 달성하게 해줬던 초창기 대북 압박 정책의 영향이 줄어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끝내고 '최대압박' 작전에 나선 것은 옳은 접근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북미대화가 시작된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자신이라면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다뤘을 것"이라며 "현재 대북 압박이 약화하는 가운데 북한이 계속 무기를 생산하고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을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