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법사위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원안보다 의무조항 줄고 대상 좁혀져
여성단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이대로 통과하면 안돼"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대표적인 ‘미투(#MeToo) 법안’ 중 하나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기존보다 후퇴한 법안이 의결되며 여성단체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며 반발하고 있다.
5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증오범죄·데이트폭력·디지털성폭력 등의 피해자가 된 여성 피해자에 대한 보호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 및 인권단체들은 6일 성명서를 통해 “법사위는 체계와 자구 심사를 넘어 정의규정과 내용을 왜곡·탈락·훼손함으로써 입법 취지로부터 한참이나 동떨어진 누더기 법안을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단체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의 입법안”이라며 “이 공약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젠더폭력이 매우 심각하고 복합적인 피해를 만들고 있음에도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로 나뉜 처벌법과 피해자보호지원법의 이원·삼원체계에서는 여성 폭력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와 성차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명명해 국가 대책과 근절의지를 명문화하는 것이 기본법의 애초 취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초 국회에서 발의돼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법은 세계적 추세와 달리 개념과 정의가 최소한으로 서술된 간략한 법안”이라며 “법사위 제2소위는 이마저도 수정·삭제해 법을 유명무실하고 힘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법안은 지난 3일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거친 수정안으로 통과되며 원안보다 내용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와 지자체가 피해자의 지원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한다'는 의무조항이 수정안에서는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으로 완화됐다. 지자체에 의무화하는 여성폭력 예방교육 역시 임의조항으로 변경됐다.
[마드리드 로이터=뉴스핌] 정윤영 인턴기자 = 25일(현지시각) UN이 공식 지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민들이 여성 인권 강화를 촉구하며 거리에 나섰다. 팻말에는 '세상 모든 여성과 걷고 있다'와 '여성을 향한 폭력을 멈춰라' 등 문구가 적혀져 있다. 한편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은 1960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세 자매가 독재 정권에 항거하다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1981년 제정됐다. 2018.11.26. |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돼 있던 원안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수정됐다. 이로써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된 사람 등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단체는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꾸고 피해자의 범위를 축소하려 한 것”이라며 “여성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은 대체 무엇에 관심이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과 대책에 주목하지 않고 폭력의 대상과 누구를 지원해야 하는지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렇게 되면 불평등한 젠더 구조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방지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문을 좁히고 선별하는 방식을 방치한다”고 말했다.
또 “구조를 분석하고 차별을 확인하고 불평등을 지목할 수 있어야 여성들이 경험하는 폭력은 해결될 수 있다”며 “누구나 젠더에 기반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누구도 피해자 지원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