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정책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 커지고 정작 회원국들 소외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 논의를 앞두고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러시아의 밀월 관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OPEC 대사들은 OPEC의 유가 정책과 관련해 사우디가 러시아에 지나친 영향력을 허용해,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으면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OPEC의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 알제리, 쿠웨이트, 나이지리아 등 비교적 영향력이 약한 OPEC 회원들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밀착 관계에 밀려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한 OPEC 관료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러한 관계를) 끝내야 한다. 이는 불공평하다. OPEC 회원국 국민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비난했다.
OPEC 창립 멤버인 카타르가 내년 1월 1일부로 OPEC을 탈퇴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도 사우디와 러시아의 밀착 관계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고 한 관료는 전했다.
지난 2017년 폭락한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우디가 OPEC 회원국을 집결하고 러시아가 비회원국을 집결하는 방식으로 감산을 주도해 왔다.
지난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석유 시장 균형을 회복하는 노력에 동참하기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세부내용은 나오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러시아 석유기업들 사이에서는 감산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캐나다 중개업체 RBC의 헬리마 크로프트 수석 상품전략가는 “OPEC이 오는 6일(현지시간) 정기총회에서 감산을 논의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7일 러시아와의 회의”라며 “러시아가 감산 논의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OPEC 대사는 “이제 모든 결정은 OPEC 회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태로 궁지에 몰린 사우디가 새 동맹이 절실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관계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이러한 은밀한 밀착 관계는 OPEC 분열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OPEC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결정은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예전에는 시장 펀더멘털을 따라 결정을 내렸지만 이제는 트럼프가 원하는 바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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