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왕세자가 지난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우선 감산에 협력하기로 동의했다.
하지만 세부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감산 규모와 협의 방식, 다른 산유국들의 동참 여부가 글로벌 유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미 과잉공급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난 10월 수준으로부터 일일 130만배럴(bpd)의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규모의 감산이면 내년 예상되는 과잉 재고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감산 규모가 정해지면 이를 OPEC 회원국들이 어느 비율로 나누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들은 지난 2016년에서 130bpd 감산에 합의한 적이 있는 만큼 이 문제도 큰 소음없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OPEC 감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리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빈 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유가를 끌어내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실에 대한 제재를 주장하는 미국 의회와 정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하다.
컨설팅기관 에너지애스펙츠의 수석 석유 애널리스트인 암리타 센은 “사우디를 비롯해 OPEC에서 지난 2년 간 재고를 줄이기 위한 감산 노력을 허물뜨리기를 원하는 회원국은 없다. 하지만 사우디와 미국과의 관계가 점차 양극화되고 있어 사우디가 대놓고 감산에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OPEC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감산을 감산이라 부르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객들의 수요가 줄어서 산유량을 줄인다는 이유를 내세우자는 것이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초 이런 방식으로 기울었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그는 사우디산 원유 수요가 줄어 오는 12월과 내년 1월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에는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우선 감산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석유 트레이더들이 그대로 믿어 시장에서 유가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지난 6월 감산을 마친 후 수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라크와 러시아는 확실한 감산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호한 약속을 충실히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가 폭락 시기를 거치며 OPEC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카타르가 OPEC 탈퇴 방침을 발표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또한 OPEC 3위 산유국인 이란이 최근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사우디에 ‘미국의 속국으로 전락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란이 탈퇴할 경우 OPEC의 영향력은 거의 의미없는 수준으로 약화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2개월 새 30% 이상 폭락한 가운데, OPEC은 오는 6~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감산 논의에 나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6월 14일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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