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에 긴축정책 쓰는 아이러니컬한 상황"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선제 대응은 실패 지적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한국은행이 30일 1년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과 학계 등의 평가는 대체로 차갑다. '뒷북 인상'으로 실기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한은 입장에선 강요된 선택"이라며 "자본이탈 방지를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이번 금리인상이 국내경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경기가 악화되는데 국내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긴축정책을 써야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됐다"며 "작년 2분기가 경기 정점이었고 이후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이 시점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냐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도 "이번 한은의 금리인상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금리인상은) 경기 방향이나 인플레 방향이 맞을 때 해야하는데, 다양한 불활실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적절치 않은 시기"라고 분석했다.
물론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 대외변수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선제적인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은 입장에서) 미국과의 금리차가 1%포인트를 넘으면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고, 지금 올리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한국은행] |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면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폭은 1%포인트로 벌어진다.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기적으로 한은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금리인상이) 조금 늦은감은 있다. 몇 달 전에 조금 올렸어야 한다"며 "경기가 바닥일 때 올리니까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더 이상 미룰수는 없다"면서 "경기가 나빠서 현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자본 유출이 국가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이) 시장에 금융안정에 유의하겠다는 멘트를 많이 했고 지표가 둔화되는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 최적의 선택이나 시점은 아니지만 통화당국이 시사했던 정책기조를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