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의적' 태도가 문제…최대 압박 거두고 경제 발전 격려해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세계적인 핵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교수가 북한에 비핵화 선언을 우선 요구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면서, 보다는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최종 목표에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작은 조치들을 먼저 논의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헤커 교수는 28일(현지시각)자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 핵 프로그램을 미리 완전히 공개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며, 비핵화라는 오랜 과정을 거치면서 신뢰보다는 의심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진행한 것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중단을 선언한 것이 북한의 핵 위협 축소에 중대한 두 가지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정계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북한의 이러한 조치를 평가절하하기에 여념이 없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북한이 선언해야만 비핵화 약속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커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관계 정상화를 위해 조치를 이행하는 대신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하면서 완전한 비핵화 선언만을 강요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최대 압박보다는 경제 발전 응원해야
과거에도 북한의 비핵화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단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헤커 교수는 이번에도 검증 등을 포함한 최종적인 비핵화 과정이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료인 로버트 칼린 전 중앙정보국 분석관과 엘리엇 세르빈 연구원과 자신은 좀 다른 대북 접근법을 제안하고자 한다면서, 우선 북한과 미국이 핵무기 또는 핵무기 프로그램이 없는 북한을 만들자는 최종 목표에 대한 합의를 하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작부터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 선언을 강요하기보다는 북한이 관계 정상화를 시작하기 위한 대가로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핵 위협 제거 조치들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그다음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5메가와트급 원자로를 파괴하고, 이것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측 조치들과 궤를 함께 하면서 진행되면 신뢰가 쌓여 북한이 영변 시설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전 핵 프로그램을 커버하는 단계적 비핵화 선언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헤커 교수는 남북은 앞으로 함께 용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준비가 돼 있지만 문제는 미국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진전을 운운하면서도 북한에 최대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미국 내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믿거나 북한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반도 핵 긴장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이제는 김 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얼마나 개선시키고 싶어 하는지를 확인할 때라면서, 그 스스로가 핵무기가 경제 성장을 얼마나 가로막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으며 한국과 미국은 김 위원장이 이를 깨닫도록 함께 응원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