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근처 을지로입구역·종각역 은행 홍보에 활용
KB국민·신한·우리 "상징성·거리 등 이유로 네이밍 계획 없어"
[서울=뉴스핌] 류태준 기자 =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는 IBK기업은행의 이름이 붙어있고, 밖으로 나가는 에스컬레이터 벽면은 KEB하나은행의 로고가 가득하다. 1호선 종각역에도 지난해부터 SC제일은행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은 인근의 지하철역에서 해당 은행의 이름을 찾아볼 수가 없다.
[ CI = 각 은행 ]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지하철 역에 네이밍 마케팅(역 이름 병기, 안내방송)으로 브랜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6년 3년간 3억8100만원을 들여 을지로입구역 이름 병기 사용권을 낙찰받았다. 은행 자체조사와 갤럽 등의 외부조사에서 모두 비용 대비 성과가 뛰어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역 이름에 'IBK기업은행'이 직접 표기돼 'IBK사거리' 홍보 전략과 시너지를 거뒀다는 평이다.
같은 역 에스컬레이터 벽면과 기둥에 광고물을 배치한 KEB하나은행도 마케팅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역 안내 방송에서 하나은행 이름이 직접 나오고, ATM기를 배치해 을지로입구역 바로 옆에 하나은행 본점이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 외환은행 본점이 있을 때부터 유사한 마케팅을 해왔다"며 "신사업 기조와 더불어 을지로입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SC제일은행도 작년부터 3년간 2억9500만원을 투자해 종각역에 이름을 붙였다. 하루 유동인구가 10만여명에 달하는 곳에 역 내외부의 간판, 전동차 내부 노선도, 하차 음성 등으로 유동인구에게 브랜드 노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신축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서울의 중심인 종로·광화문 지역에 자리잡아 잠재 고객에게까지 은행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계약기간 중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대 수준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KB국민은행과 가까운 여의도역, 신한은행 인근 시청 서울역, 우리은행과 근접한 회현역에는 은행 이름이 없다. 해당 지하철역이 가지는 상징성이 강하거나 위치상 애매한 경우, 전략적으로 검토해보지 않은 케이스 등이다.
국민은행은 여의도역 일대에 워낙 많은 금융회사들이 자리잡아 역 이름을 혼자 독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눈치다. 내부 검토를 거쳤지만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신한은행은 시청역과 서울역 사이에 자리잡은 위치 때문에 한 쪽으로 마케팅을 하기 애매하다는 점이 고민이다. 인근 버스 정류장에 신한은행 이름을 넣는 것으로 만족했다.
우리은행도 네이밍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관련 오퍼가 별도로 오거나 하지않아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주인이 있는 을지로입구역과 회현역 등의 계약이 내년에 끝나는 것으로 알려져 대형 금융회사들이 네이밍 마케팅 '2라운드'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kingj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