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1위 도약 위한 변화...영업력+추진력 고려
"유상호 사장, 본인이 퇴진 원했을 수도 있어"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최고경영자)였던 유상호 사장은 한국금융지주 증권 부회장으로 이동하고, 정일문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다. 12년만의 세대교체다.
23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경영진 인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한국투자증권] |
이번 인사로 유 사장은 증권사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 등을 맡아 신임 경영진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유 사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한일은행을 거쳐 지난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긴 뒤, 2007년 ‘47세, 최연소 CEO’로 무려 12년 동안 한국투자증권의 CEO 자리를 지켜왔다.
새로운 사장에 선임된 정일문 CEO 내정자는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동원증권(2005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병)에 입사했다. 이후 ECM(Equity Capital Market)상무, 투자은행(IB)본부, 퇴직연금 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2016년부터는 개인고객그룹장 겸 부사장을 맡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인사를 두고 증권업계 세대교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IB(기업경영) 분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증권업계 전반에 IB 바람이 불고 있다”며 “NH투자증권 사장도 IB출신이고, 미래에셋대우도 IB조직 정비를 강화하며 움직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그 분위기에 따라 IB통으로 불리는 정일문 부사장을 선택한 것 같다”며 “특히 정 신임 사장은 입사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투자증권에 있으면서 다양한 추진력을 보인 것도 선임의 이유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정 신임 사장은 입사후 지난 2015년까지 IB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내부에선 그를 ‘한국투자증권을 IB명가로 만든 주역’으로 부르고 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이 2004년 국내 최초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를 뉴욕 증권거래소와 한국거래소에 동시 상장시키는데 앞장섰고, 2007년에는 삼성카드 IPO에 수요예측 방식을 도입하는데 일조했다. 2010년엔 국내 사상 최대 딜이었던 삼성생명 IPO(4조8881억원)의 대표 주관사를 맡도록 일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유상호 사장이 자진해 물러났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인사는 “유상호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한국투자증권 내부의 큰 변화”라며 “유 사장 본인이 원했을 수도 있다. 평소에 ‘할 만큼 해 스스로 물러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 왔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intherain@newspim.com